아침에 눈 뜨자 엄마 상태를 보려고 벌떡 일어났는데 핑~ 어지러웠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일어날 수 없었다. 그대로 눈을 감고 누웠다. 눈을 감아도 눈앞이 회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왼쪽으로 누워도 오른쪽으로 누워도 어지럽긴 마친가 지였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이석증” 증세다. 처음 경험하는 증상도 아니라서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떨리고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엄마를 보살펴야 하니 내가 건강해야 하는데. 내가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이 일을 어쩌나...’
작년 1월, 요양원에 입소해 살고 계시는 엄마를 모셔 오면서 엄마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건강해야 했다. 독감이라도 걸려서 아파 누우면 엄마를 보살필 사람이 없다. 엄마에게 전염시킬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아프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특히 조심하는 것이 감기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 증세는 예고 없이 돌발적으로 찾아오는 병증이라 특별히 어찌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 다니는 중 마흔 이후, 어지럼병이 발병했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괴롭혔다. 처음에는 빈혈인 줄 알았는데 빈혈수치는 정상이었다. 어느 날, 출근준비를 하느라 집에서 왔다 갔다 바쁘게 움직이는데 방바닥이 꺼지는 것 같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지진인가?’ 생각하며 순간 방 문 손잡이를 잡고 몸을 지탱했는데 잠시 후 평형감각이 돌아왔다. 출근하여 한 여직원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니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다면서 “이석증”인 것 같으니 이비인후과에 가 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이비인후과에 방문해 보았지만 특별한 처방을 받지는 못했고 그 후 나는 어지럼증과 가족인 양 함께 지내며 불편할 때가 많았으며 내게 나타나는 병증이 “이석증”이라 믿고 살았다. 확실한 것은 빙글빙글 회전하는 어지러움과는 달랐다. 그냥 자주 어질어질하면서 삶의 질을 저하시켰다. 특히 출근준비할 때 더 많이 나타났고 준비하다 누운 적도 있다. 하지만 일단 출근을 하면 별 탈 없이 하루를 잘 지냈으니 일과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운전할 때나 컴퓨터를 보며 업무를 할 때는 큰 애로사항이 없었다. 운전이나 업무에 애로가 컸다면 회사도 그만둬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십수 년을 “이석증”이라고 단정하고 살았으나 언제부터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종합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담당의사는 귀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진단을 내려 주었는데 그때부터였다. 간혹 오늘 아침과 같이 이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내 증상은 그것과는 달랐다.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가 의사에게 하소연해 보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나는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최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마침내 스스로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최근 내 어지러움의 주범은 눈, 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으며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믿게 되었다. 눈의 과다 사용과 노화에 의한 안구건조증, 그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수십 년 간 회사에서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으니 눈이 혹사당한 것이다. 눈이 편안하고 건강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달콤 보다는 쓴 맛이 더 강한 곳이다. 날씨와 같고 인생과 같다..근로자에게 직업병 하나씩은 보너스로 지급해 준다. 입사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기쁨이 전체 중 80% 이상이지 않을까? 개인적 생각이다.
이석은 다행히 심하게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일 여진이 따라다녀 시달렸다.평소 감기조심하고 면역력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도 한 번씩 꼭 감기에 걸렸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가끔 질병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볼 때가 있다. 설렌다.
감히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며 무지의 소치일 것이다. '코로나 19'를 보더라도 현실성 없는 헛되고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