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이거 뭐 여기 스크래치가 났네. 이거 그냥 15불만 받아. 내가 이런 거 많이 사봐서 아는데 15불이면 잘 받고 파는 거야."
임신한 배를 부여잡았다. 아니 여보세요. 저기요 아주머니. 그래. 화내지 말자. 태교에 안 좋잖아. 흠흠 헛기침을 하고 아니 화를 들여 마시고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이거 사놓고 많이 안 썼거든요. 두 달 뒤면 애기가 태어나서 집에 공간이 필요해서 파는 거예요. 문제 있는 건 아니고요. 저는 25불에 팔고 싶어요." 분명히 아까 문자로 그리고 전화통화로 수백 번 말했던 말이었다. 이제 와서 돈을 깎자니 아니 깎는 것도 아니고 그냥 15불만 받으란다. 밴츠를 끌고 와서 이러시면 안 되지. 정말.
"아이고 욕심도 많다. 그거 10불 더 받아서 뭐 하려고 그래. 내가 밴쿠버에만 집 렌트를 세 개를 돌려. 이런 깡그리 이케아 책상은 15불이면 많이 받는 거라니까. 내가 차 끌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15불만 받아. 애들이 하도 가구를 험하게 써서 그냥 싼 걸로 때우려고 하는 거야. 그냥 15불 받고 끝내. 좋게 좋게."
어이가 없다. 아니 여보세요. 싼 걸로 때우다니요. 제가 밴쿠버 와서 차를 빌려가지고 이케아가서 산 책상입니다. 여기서 남편이랑 밥도 먹고 책도 읽고 한 거라고요. 아. 그냥 말을 말자. 안 팔아요. 아주머니한테는 팔기 싫어요.
하긴 이 사람이랑 전화를 했을 때 알았어야 했다. 아니 미키마우스예요? 쥐세요? 전화기로 반말을 찍찍 날리실 때 그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성질이 올라온다. 퍽퍽 뱃속의 아이가 발길질을 한다. 그래 너도 성질나지 엄마도 그랴.
"주차장이 어디야? 그냥 나와있어. 다운타운은 복잡해서 밴츠 끌고 다니기 힘들어." 오. 요즘에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밴츠 말고 그냥 운동화 끌고 오세요. 한마디 하려다가 그래 운동할 겸 내려가지 책상 빨리 팔면 공간도 생기니까 그래 그렇게 좋은 맘으로 한 거였다.
"어디라고? 무슨 콘도야. 아니 보이지가 않아. 주변에 뭐 있어 보이는 걸 말해봐.?" 아주머니가 전화기로 성질을 부린다.
음. 보이는 건 나무인데 이파리가 초록색이고 가지가 아주 많아요. 그런 나무들 틈에 있어요. 아니 아까 주소도 불러드리고 주변에 있는 것도 사진 찍어서 보내드렸잖아요. 오시는 건 맞으세요? 제가 지금 거의 한 시간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 걸랑요.
"죄송합니다. 그냥 안 팔게요." 왜 미안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내가 대역죄인이요. 머리를 조아린다. 화장실이 급하기도 했다.
"젊은 사람이 그냥 팔지 깐깐하게 아이고 알았어. 이런 책상 더 싸고 좋은 것도 많아. 10불 더 받아서 뭐 한다고 쯧쯧." 아주머니가 탁 하고 차문을 닫는다. 순간 밴츠가 똥차로 보인다. 마법사인가? 밴츠 타고 오셔서 저러면 안 되지. 십 불. 그래 한국돈 만원 때문에 이러고 싶지 않지만 정말 태도가 전부다. 허리를 부여잡고 책상을 들고 집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