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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고졸 엄마 생각이 났다.

by 캐나다 부자엄마

우리 엄마는 고졸이야.


엄만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했어. 내가 국민학생이던 때가 기억나. 하루는 엄마가 분홍색 모닝글로리 지우개를 한 봉지를 들고 집에 오더라. 우린 양반다리를 하고 거기에 흰 띄지를 붙였거든. 지우개 하나에 띄지를 붙이면 몇 원을 준다고 했어.


어떤 날은 또각거리며 전선도 이어 붙이고 버섯공장도 다녔어. 박스공장이며 티백공장 계란공장까지. 엄마는 가만히 있으면 발에 불이 나는 사람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동거리며 무슨 일이든 했어.


주말엔 나도 엄마 따라서 공장에 갔지. 솜바지를 입어도 숨 쉴 때마다 콧김이 나오던 추운 공장에서 엄마랑 같이 박스도 나르고 티백도 상자에 집어넣었어. 계란 공장에서 일할 때는 닭똥 냄새 때문에 힘들던 것도 생각나.


인생에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난 거기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 사랑은 예쁜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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