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 목숨걸지 말자.
"앗. 뭐야."
12월 12일. 생일 아침이다.
스타벅스 앱이 지잉 울린다. 띠링. 생일쿠폰이 도착했다. 사이즈에 상관없이 음료에 상관없이 아무거나 마실 수 있는 쿠폰. 샌드위치나 빵도 무료로 먹을 수 있지만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컵 사이즈 소, 중, 대에서 대자로. 제일 큰 거. 무료니까. 씨익 :)
오늘따라 스타벅스는 유난히 바빴다. 일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직원은 주문을 받다가 버벅거린다. "쏘리?" 쏘리만 5번 째다.
"괜찮아요. 미안하다고 안 하셔도 돼요."
나도 스타벅스에서 일한 적이 있다. 얼마나 떨릴까? 사시나무 떨듯 바들거리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뻐드렁니까지 보이며 웃어준다.
음료가 밀리고 밀린다. 내 음료는 언제 나올까? 반대편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쭈연" 어설픈 한국이름이 불린다. 내 커피다. 방금 나온 커피를 들고 한 모금 꿀떡 마신다.
"앗. 뭐야. 이거 아닌데." 뚜껑을 열어보니 시나몬이 가득 뿌려져 있다. 나는 오트라테에 에스프레소 샷 3개, 그리고 캐러멜 드리즐을 넣어 달라고 했는데...
그냥 갈까 하다 시나몬이 발목을 잡는다.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해. 너 시나몬 싫어하잖아.' 마음의 소리가 삐죽 새어 나온다. 이것 때문에 하루종일을 후회로 보내긴 싫다. 집에 가서 이불 킥하지 말고 다시 가서 이야기해야지.
"저기. 미안한데요. 제 음료가 잘못된 거 같아서요 저는 시나몬을 추가한 적이 없는데..."
"쏘리. 미안합니다.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 직원 하나가 미안하다고 한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여기 위에 캐러멜 드리즐만 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네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직원이 있는 힘껏 캐러멜 드리즐을 내 커피 위에 짜준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는 한다. 나도 실수를 한다. 살다 보니 그렇다. 누군가의 작은 실수에 괜찮다고 말하며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다음에 내가 실수할 때 나도 그런 너그러운 사람을 만나기를. 나는 오늘 잘못 만들어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어제보다 말랑말랑한 사람이 되었다.
작은 실수에는 관대할 수 있기를.
나에게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