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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여행자로 살아가야 하는 태도
여행자로서 소유하지 않는 삶
by
마이진e
Oct 3. 2025
“나는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보잘 것 없는 여행자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너희들이라고 과연 그 이상일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삶의 한가운데 서 있는 어느날 나도 모르게 어떤 거대한 흐름 속에 휩쓸려
가는 기분이 들때가 있다. 직업이, 관계가, 하루의 루틴이, 어느새 나를
어느별에 도착해서 무난하게 스며들어가는 정착민으로 만들어 버린다.
젊은 베르테르의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어느 건물의 옥상위에서 저 멀리의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멈추게 되었다. 보잘 것 없는 여행자.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이름일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살아가다 떠나는, 이 세상의 한 귀퉁이를 스쳐가는 존재.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이 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져 간다.
보통 여행자로서의 삶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낯선 길 위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아마도 ‘버림’이지 않을까.
짐을 줄여야 한다는 것, 꼭 필요한 것만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
이 세상에서의 여행자의 사람을 살아간다면 사람도, 욕망도, 습관도
그리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움켜쥐려 하다가,
정작 그 무게 때문에 길을 잃는다. 여행자의 태도란, 손에 쥔 것을
한 번씩 내려놓으며 가볍게 걷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또한 여행자는 ‘체류’보다는 ‘잠시 머무르는 것’에 익숙해진다.
머무르는 시간보다 떠나는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도,
풍경을 바라볼 때도 ‘잠시’라는 시간을 의식하게 된다.
잠시의 인연이기에 더 정성스럽게 대하고, 잠시의 풍경이기에 더 오래 눈에
담아 보게 된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순간 순간이
귀할 수밖에 없다. 여행자의 태도는 이런 식으로 현재를 깊이있게 살아내는
일과 닮아 있다.
그리고 여행자는 길 위에서 스스로를 확인한다.
정해진 답이 없으므로 길 위에서 끊임없이 물으며 걷는다.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이 질문들이 사실 우리 삶 전체에도 유효하다.
사회가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대신, 잠시 멈춰 서서 ‘나의 길’을
점검하는 일.그 작은 질문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나는 가끔 이 세상에서 너무 미미한 존재라는 생각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 미미함 속에서도 나 스스로의 자유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소유하지 않으려는 자유, 비교하지 않으려는 자유,
한 발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여행자 이기에 그 자유를 지닌 채 길을 걷는다.
그것은 결코 무기력이나 체념이 아니라, 잠시 맡겨진 나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려는 태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을 여행하다 가는 존재다.
다만 어떤 이는 그 사실을 잊고 거대한 건물을 쌓듯 삶을 무겁게 만들고,
어떤 이는 그 사실을 기억하며 가볍게 걷는다. 나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언젠가 끝나는 길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사람으로.
만나고, 배우고, 감사하고, 떠나는 사람으로.
여행자의 태도로 산다는 건, 세상을 가볍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껴안는 일이다. 가볍지만 얕지 않고, 잠시 머물러가지만
소홀하지 않으며, 떠날 준비를 하되 긴장하 살아내는 삶.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보내는 여행자임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빛나는 존재로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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