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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시간은 추석날 아침 입니다.

명절날이 생일인 나의 비애

by 마이진e

추석이 다가오면 나는 늘 빙긋이 웃어 본다.
왜냐고? 내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남편 생일, 큰아들 생일, 둘째아들 생일이 일주일 간격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그래서 나라는 존재는 늘 바빴다.

생일은 돌아왔지만 손은 멈출 새가 없었고,

상 위에는 빠짐없이 음식이 가득 차올랐다.
잔치처럼 풍성한 식탁이었지만, 정작 내 생일은 늘 묻히곤 했다.

왜냐면 내 생일은 언제나 추석날 아침이었으니까.

온 집안이 모여 제사상을 차리고, 손님맞이로 분주한 날.
그러나 누구 하나 내 생일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미역국 한 그릇조차 내 앞에 놓인 적이 없었다.

사실 처음엔 서운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젊은 시절, 나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주길 바랐다.

“어머니, 오늘이 생신이잖아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해마다 돌아오는 추석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다 보니,
내 생일은 차례상 한쪽에 조용히 덮여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나는 웃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 내 선물이었으니까.

차례상을 물리고 다 같이 둘러앉아 송편을 먹을 때,
그 웃음소리가 곧 내 생일 노래처럼 들렸다.
“나는 괜찮다” 하고 마음을 다독이며 살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돌이켜보니, 문득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에게나 자기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 필요한 법인데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살아온 셈이다.

내 생일은 가족 모두와 함께였지만,
정작 나는 그 안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내 생일을 미워하지 않는다.
추석날 태어났기에 가족이 늘 곁에 있었고,
북적이는 사랑 속에서 늙어왔으니 말이다.

다만, 내 속마음을 솔직히 꺼내 보자면,
누구라도 내 앞에 미역국 한 그릇을 내어주며
“어머니, 태어나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었더라면… 하는 바람은 남는다.


이제 나는 내 자식들, 손주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만큼은 잊지 말라고.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는 날이라 해도,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고, 축하해 주고

조금더 노력한다면 따뜻한 국 한 그릇 올려주기를.
그 소소한 마음이 평생을 지탱해 준다는 걸

내비치지 못했지만 그 많은 세월속에 내던져진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 생일의 의미를
비록 내겐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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