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술이 배우고 싶어?
매일이 이벤트이고, 주변에는 빌런들이 득실거릴 때가 있었는데
새삼 요즘같이 조용한 때가 있었나 싶다.
줄눈 하기 전 지지리도 돈이 없어서 궁상을 떨 때가 있었다.
한날은 사업을 잘하는 남편 만나 사모님 소리를 듣는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원희야, 지금 돈 벌 수 있는 기회야."
그동안 투자자의 기질이 남달랐던 형부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된 사업이라며 장황하게 설명하며 투자하라는 언니의 말을 나는 믿었다. 지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돈도 없었던 내가 덜컥 220만 원을 입금했다. 옆에서 '투자해 보고 되면 너무 좋고, 안되면 비싼 화장품 사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나를 부추기며 했던 말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마음이 급했다. 들어보니 내가 하면 돈이 될 것 만 같았다. 뭔가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고,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곳도 없었다. 오롯이 돈만 벌고 싶었다.
사업차 미팅이 있으니 모이라고 해서 언니가 알려주는 주소로 향했다. 이른바 다단계 사업설명회었다. 모두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눈에 띄는 명품들을 주르륵 달고 있었다. 나만 초라하고 나만 되는 일이 없었던 건가 하는 생각에 주눅이 들었다. 나만 바보라서 정보도 없이 이런 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나 싶었다. 얼른 돈 벌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옷이랑 액세서리를 살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며 미팅에 임했다.
다 그렇게 다단계에 빠져들어간다.
뭔가 돈이 되는 거라 생각했다. 그들은 통장에 꽂혀있는 돈을 보여주며 나에게 돈자랑질을 했다. 그렇게 나는 빠져들었고 나도 예쁘게 단장을 하고 앞에서 성공기를 발표하는 다이아몬드가 되자 다짐했었다.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찍고 다시 부산, 대구 여기저기 미팅을 하며 열과 성의를 다했다. 늘어나는 엄마의 한숨소리는 귀를 막았다. 친한 친구들에게 이런 기회가 없다면서 핏대를 세우며 열을 내고 내가 전수받은 하버드에서 나온 다단계의 수익구조를 열심히 설명했다. 뭐든 열심히만 할 때였다.
결과는 당연히 꽝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언니가 소개해준 우두머리 격인 다이아몬드는 사기죄로 출국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여기저기 다단계로 단물만 빼먹는 사람이었다. 언니 역시 돈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난 돈과 시간과 사람을 날리고 남은 것은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 나의 무지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것이었다.
공짜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누구도 나에게 공짜로 돈을 주지 않는다. 열심히 몸으로 뛰어야 한다고 믿을 건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하는 만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고민 끝에 찾아 나선 것이 "줄눈쟁이"였다.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빚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에 지금까지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다단계의 늪에 한 번은 빠졌다가 나와서 정신을 차리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도 지금은 빚도 다 갚고, 아이들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면 걱정 없이 사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지만 나도 한때는 기저귀값도 걱정했던 눈물겨운 빵을 먹던 시절들이 있었다.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보아야 할 것은 보지 않고,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멍청한 짓을 하면서 했던 산경험 들이다.
왜 줄눈이 하고 싶어?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물어보는 말이다. 단순히 나 역시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다양한 나의 경험들로 인해 나는 버텨낼 수 있는 정신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돈을 벌고 있는 세상에서 나 역시도 할 수 있는 것을 해낸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절심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누군가를 이용해서 돈을 벌 꺼라 생각한다면 그냥 사기꾼이나 하지 기술을 배우려고 하느냐 묻고 싶다. 무턱대고 시작해서 시간과 돈 낭비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줄눈시공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왜 줄눈을 해야 하는 건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막일판에서 생각 없이 일용직으로 일 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직장생활을 했다면 그동안의 경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찾아보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안 되고,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줄눈을 하고 싶다고 덤비는 것이라면 그냥 집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줄눈시공은 시공만 배운다고 해서 돈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시공을 배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만 갖춘 것뿐이다. 기본을 갖춘 후에 100% 영업력으로 돈을 벌어먹고 살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쉬운 이치다. 붕어빵 가게를 차리려고 해도 붕어빵 굽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 구운 붕어빵을 팔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하고, 맛있는 붕어빵을 사 먹을 대상을 찾아서 영업을 해야 한다. 장사를 시작하면 더 맛있는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사람들이 계속 찾을 수 있게 나만의 붕어빵을 만들어야 한다. 붕어빵 맛은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줄눈이라는 직업 역시 똑같다.
기술만 배우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벼서 기술도 제대로 못 배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 가지만 알고 두 가지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영업으로 일궈낸 일터를 탐하려고 하는 건가? 그건 욕망이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것부터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
기술을 배우는 것만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기술을 다 배우면 장비를 구해야 하고, 장소도 찾아야 하고, 내 줄눈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영업도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의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수습기간부터 월급이라는 것을 받는다. 하지만 기술을 배우는 현장에서는 돈을 주면서 배워야 한다.
얼마 전에도 1년을 다되도록 기술만 배웠던 그가 떠나갔다. 경제적인 것에 대한 가족들의 푸념들을 들으면서 언제까지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본인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그를 나는 붙잡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었다. 안타깝지만 내가 아무리 얘기해 줘도 본인이 경험하지 못하면 깨닫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나 역시도 다단계에 쉽게 빠졌던 이유는 단 하나, 돈만 벌겠다는 욕망 때문에 내 눈과 귀를 닫았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그냥 돈만 투자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면 목표물에 도달하는 줄 알았던 나의 착각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사기꾼이 될 기질은 없었던 모양이다.
기본기를 탄탄히 배우고,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서 한 개씩 장비를 마련하고 돈도 뜯기면서 현장을 잡고, 영업력을 키워나가면서 성장했다. 나도 그랬으니 너도 고생 좀 해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줄눈쟁이가 되고 싶다면 현실적인 것을 직시하고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도 비즈니스이니까.
결국 진정한 성공이란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취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줄눈 시공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나는 단순한 노동 이상의 의미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나만의 가치와 중심을 찾았다. 오늘도 내 손으로 땀 흘려 일하는 이 길 위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