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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억만개의 치욕 8시간전

신짜오 비엣남-사파

#7. 아드님 오시다

밖에서 뛰고 있는 내 심장- 드디어 그분이 오셨다.!!


대학 기숙사도 못 데려다주고 왔다. 세제를 넣지 않고 세탁기를 돌렸는데 어쩌냐, 운동화가 비에 젖었는데 어쩌냐 등의 전화가 몇 번 걸려왔고 대개는 내가 사정사정해서 어디서 뭐하는지 알아내야 하는 갑 오브 갑 바로 내 아들이다. 하노이로 오게 하는데도 몇 번 퇴짜를 놓아주는 배짱을 부리더니 결국 남편의 강제 티켓팅이 먹혔다. ㅋㅋ 아들은 1주일만 있겠다고 선언했고 남편 휴가 기간에 맞춰 남편도 오게 되어 드디어 5개월 만의 가족 완전체가 되었다.


아들을 마중 나갔을 때 기다리던 마음이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네. 아들을 만나 집으로 가 사두었던 옷들을 입혀보며 나 혼자 즐거웠었다. 그러고 인도차이나 빌딩에 있는 37번가 식당에 가 두부튀김 반쎄오 오리구이를 먹였다. 바라만 봐도 좋았다. (37번가 식당은 롯데호텔과 인도차이나 빌딩에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다. ㅜㅜ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모시기 딱 좋은 식당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우리의 메인 휴가 계획은 사파였다. 남편이 오던 날 밤 우리 넷은 슬리핑 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완전체는 각자 자기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슬리핑 버스는 1인, 2인석이 있는데 1인석과 2인석 크기가 별반 다르지 않으므로 1인석을 네 자리 예매했는데 딸아이는 중간에 내 자리로 와서 굳이 비좁게 잔다. 어쨌든 우리는 사파로 간다. 사오비엣 버스는 출발지가 여러 군데지만 우리는 제일 가까운 미딩 근처 사오비엣 사무실 앞에서 탔다. 표는 vexere앱에서 예매했다.

나와 딸아이는 사파에 다녀온 적이 있다. 2019년 1월 초에 동남아 두 달 배낭여행 출발지가 하노이였는데 오직 사파를 들르는 목적이었다. 1월 초 사파는 춥고 습했고 비가 내렸다. 판시판 산은 안개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깟깟마을(지금보다는 순수했던 깟깟마을), 사파 광장의 운치, 소수민족, 케이블 카에서 내려다본 계단식 논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내 맘 속 재방지로 픽 해둔 곳이었다.(나는 이후 두 번 더 방문했고 네 번 다녀온 셈이다.)


슬리핑버스를 타고 새벽 2시 도착이라 호텔을 예약하고 미리 체크인 시간도 확인했는데… 젠장! 도착하니 문이 잠겨있다. ㅜㅜ 때마침 비까지 내려 모두들 호텔 앞에서 비를 맞아야 하는 터라 남편과 아들 보기가 영 미안타. 문을 두드리며 기다려봐도 기척이 없다. 딸아이는 잠을 못 이긴다. 일단 급하게 다른 호텔을 예약하고 전화를 해 지금 간다고 했다. 디행히 직원이 있었고 우린 일단 그 숙소에 짐을 풀고 잠을 잤다. (다음날 나는 문이 닫혀있던 호텔 사장과 메시지 전투를 치렀다. ㅡㅡ )


여하튼 다음날 아침 우리는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타반 마을 트레킹을 했다. 예전에 왔을 때는 트레킹은 못했었는데 이번엔 이게 메인이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7-8시간이 소요되는 트래킹을 4인에 100불 좀 넘게 준 것 같다. 현지 소수민족 가이드와 점심 식사 포함에 돌아오는 길 차량 드롭까지였다. 아침 9시 출발이라 다들 호텔 조식을 먹고 가이드와 만났다.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 가이드가 호텔로 와 우리의 트레킹은 시작되었다. 가이드는 서른 살이라는데 딸이 열다섯 살이란다. wow!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는데 유튜브로 배운 영어가 유창하다. 역시 먹고사니즘 만세!! 호텔에서 깟깟 마을을 지나 타반 타핀 마을을 돌았는데 덥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비탈길에다 길이 없는(?) 길을 개척하기도 해 현지인 아니면 못 가볼 길들을 걷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다.

트레킹은 오후 3시가 넘도록 이어졌고 4시가 넘어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 애들을 두고 남편과 광장 아래 경치 좋은 카페로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저녁 시간이 되어 다 함께 사파 광장으로 나가본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광장 주변으로 하나둘씩 전구가 켜진다. 스톤처치도 둘러보고 오가는 사람 구경도 했다. 우리 저녁 메뉴는 스트릿바비큐~~~ 다양한 재료로 만든 꼬치를 숯불에 구워 파는 길거리 식당으로 갔다. 이것저것 골라 배불리 먹고 다시 산책 겸 광장 주변을 돌다 콩카페로 갔다. 가는 길에 사파의 특산품(?)인 밤과 호떡(?) 파는 가게도 구경해 본다. 코코넛 커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2박 차였지만 실제로는 1박인 밤이었다.

다음날 오후 1시 버스로 하노이로 올 계획이어서 아침에 함롱산을 가자고 했었는데 남편이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보자고 했다. 우리는 골목골목을 걸으며 사파의 정취를 느꼈다. 체크 아웃 후 우리는 사파 호수 근처 사오비엣 사무실까지 약 30여분을 걸어가 버스를 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넷이 걸으며 얘기 나누고 웃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나의 두 번째 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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