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이상 무
인간들은 참 간사하다. 나를 포함해 우리 사장님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전부터 계약 건이 있으시다고, 와이파이로 프린터 연결 해 출력을 하려고 애쓰신다. 미동도 하지 않는 프린터를 두고 (이 프린터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출력물 용지 나왔냐고 물으신다. ”아니요. “사장님 핸드폰이 좀 후지다. 거기에다 사용자 미숙도 한몫 거든다. “잉크 부족이라고 나오는데?” 그 뒤부터 여기저기 문구점? 에 엡슨 프린터 기종을 불러 주며 컬러 잉크 재고 있냐고 전화를 돌리시기 시작한다. 알파 문고는 없다고 한다. “사장님, 며칠 전 제가 액셀 파일 뽑아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었잖아요. 사장님께서 저한테 파일 보내 주시면 제가 출력해 볼게요.”
하지만 사장님은 컬러 잉크가 부족하다니까. 하며, 절대 물러 서시지 않는다. 제가 육안으로 봐도 잉크들이 2-30프로 남아 있는데요.
사장님: 아니, 잉크 부족으로 뜬다니까..!
나: 계약서가 컬러인가요?
사장님:.....
사장님이 2-3군데 더 전화를 돌린 끝에 용산에 가면 바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획득하신다. 여차하면 내가 용산에 가야 할 판이다.
나는 얼른 내 폰으로 테스트 컬러 파일을 출력해 본다. 미동이 있다. 종이가 걸리고, 출력 소리가 난다. 너무 느리다. 사장님이 언론 와 보시더니 와이파이가 같은 회선이냐고 팁을 주신다. 같은 와이파이 회선으로 맞추고 며칠 전 내가 받아둔 회사의 컬러 홍보물을 부분 캡처해 다시 시도해 봤다. 드르륵 종이가 걸리더니 순식간에 컬러 출력물을 내뱉는다. 나는 또 얼른 출력 취소를 누른다. 1/3 쯤 컬러 로고가 출력돼 나왔다.
사장님 옆에서 보시더니, 화들짝 “아니 왜 그렇게 잉크를 많이 썼어요? ”
나 : 샘플 테스트하느라고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 머릿속에서는 ’이 잉크들 버리시고 새로 구입해 넣으시려고 하시던 방금 전은 어디 가신거지?‘ 내가 한 0.01프로나 썼나?
사장님도 프린터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시고, 컴퓨터에서 어찌어찌하여 출력을 하신다!
오늘도 이렇게 우리 부동산의 하루는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