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2
디자인이란 인간의 삶과 시간에서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평상시 일상에 디자인을 항상 접하고 있다.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필요와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유럽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유럽의 공통적인 사회와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유럽은 유럽 중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자연유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북유럽의 디자인은 기능적이고 유기적이며 미래에도 자연을 유지하기 위한 의지가 디자인에 들어가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연과 전통을 존중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북유럽 디자인은 '자연'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탄생하는 모든 것들을 디자인으로 옮기고 표현한다. 이와 같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현재의 북유럽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출발점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주변의 재료와 천천히 친숙해진다. 북유럽 디자인은 '자연'을 그대로 가지고 오거나 자연을 표현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 디자인전>에서 내가 직접 본 작품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자작나무로 만든 의자였는데,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앉았을 때의 편안함을 놓치지 않은 섬세한 디자인이었다.
최첨단 산업사회의 발전은 급격히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에 비해 북유럽 디자인은 퇴보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더 늦은 속도로 그들만의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그 속도에 빼앗겨 버릴 수 없다는 전통에 자신들이 살아온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다.
이는 북유럽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집안 구석구석에서 단순하면서도 자연 재료를 이용한 기능적인 실내 가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부터 자연에서 얻어온 것을 그대로 쓴다는 생각 때문인지 화려하고 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오래됐고 소박하면서 기능적인 실내 가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기능적인 디자인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은 재료이다. 덕분에 세월이 지나도 견고하다. 심플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북유럽 디자인의 다른 핵심은 기능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북유럽의 디자인은 일상생활에서 비롯되기에 디자인의 범위를 구분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되어 왔다. 경계가 없는 디자인은 그 속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사물의 가치를 보는 시각을 넓히고 디자인 안에 휴머니티를 담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북유럽의 디자인은 따뜻한 영역을 넘나드는 협동과 조화로 탄생된다.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을 이해할 때 흔히 생기는 오해가 있다. 기능주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단순히 디자인의 외형만 신경 쓰는 디자인이며, 자연주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투박하고 거칠기만 한 디자인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기능주의가 바탕이 되었다고 디자인이 단순히 외형에만 치우친 것은 아니다. 다양하면서도 쓰기 편한 아름다운 그릇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분명 북유럽의 디자인은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보는 의자가 아닌 앉는 의자를 만든다.'라는 덴마크 디자인의 한스 웨그너가 말했듯이 실용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다. 북유럽 디자인은 단순히 눈으로 보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편리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만인을 위한 것이다. 북유럽 디자인의 뿌리는 누구나 유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사고가 담겨있기도 하다.
북유럽 디자인은 전통적인 공예, 특히 나무를 이용한 공예가 많은데 그것은 북유럽의 자연 특징 때문이다. 추운 지역에서 단단하게 자란 나무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오랜 전통 목공예의 디자인이 담겨있다. 그러나 가장 큰 특징 점을 꼽자면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지극히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만 원하다 보니 자연(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북유럽의 디자인은 다르다. 만든 디자인 제품이 언제든지 자연으로 다시 회귀할 준비가 되어있다. 예를 들어서 앞에서 말한 목공예의 경우는 디자인된 물품이 망가진다면 그것을 버려 쓰레기로 만들지 않는다. 집안의 보온을 위해 땔감으로 쓰거나 톱밥으로 갈아서 가축들을 위해서 쓰기도 한다. 자연을 닮은 북유럽 디자인은 소박하면서도 포근한 안정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북유럽은 낙후된 환경에 놓여있다. 겨울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실외보다는 실내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실내 디자인이 발달하게 되었다. 특히, 조명 디자인이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핀란드 디자인전>에서 본 실내조명과 스탠드는 실내 생활에 알맞게 디자인되었고,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따뜻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조명들의 섬세한 구성이었다. 그들의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인 이유가 디자인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항상 디자인과 함께 있고 마주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북유럽의 디자인은 '디자인이 곧 일상이다.'라고 생각한다. 형태는 단순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알 수 없는 편안함과 기능적인 면이 드러난다. 최근에 들어서 북유럽 디자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들어와서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생활까지도 열풍이 불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 사회를 초 단위로 돌아가는 숨 가쁜 디지털 세상이다. 그들은 쉼, 휴식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쉼, 휴식을 위한 안식처를 찾기 시작했다. 단순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아날로그적 감성이 깃든 북유럽 디자인이 현대인들의 지친 감성을 얼러 만지는데 정확히 떨어진 것은 아닐까?
이 글은 예술의 전당에서 2012년03월17일 부터 04월14일까지 열렸던
<핀란드 디자인>을 관람 후 작성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