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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차 Oct 10. 2024

퇴근 후 맥주 한 잔, 차 또 술?

나는 알코올 의존증일까? 알코올을 즐기는 사람일까?

퇴근 후 한 잔 마시는 맥주가 일상이 되었다.

20대 초반부터 혼술을 즐겨하는 나였지만

회사원으로 직업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더 심해진 것 같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나의 밤은 짧으니깐.

최대한 오늘 저녁을 즐겨야 한단 마음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얼마나 주변에서도 소문이 났냐면, 내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음식 사진만 올려도

사람들이 "차 또 술?"이라고 답장이 온다. "차윤 또 술 먹는다"의 줄임말이다.

퇴근 시간 때마다 맥주 한 잔을 떠올리던 나의 모습..

사실 하루의 고단함을 버티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내 오늘 하루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한방의 홈런과도 같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한 술자리가 밤이 깊어질수록 술자리도 점점 깊어진다.

늘어나는 캔과 병들, 그리고 점점 더 빨개지는 내 볼을 바라보며

과연 나는 술을 즐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하루 마무리의 의무감으로 마시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누군가 그랬는데, 알코올 의존증과 즐기는 건
한 끝 차이라고.


퇴근 후 한두 잔으로 시작한 술이 나중에는 내 기억을 앗아갔고 가끔은 통째로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이 비참하고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되었으며 앞으로는 다시 안 그러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 점점 내 건강에 대해 걱정이 되었고,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 즉 알코올 의존증은 알코올의 습관적 다량 복용으로 인해 뇌신경이 심하게 손상되어 오히려 알코올에 대한 탐닉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병증이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술을 끊을 경우 오한, 구토, 무력감 등의 금단 증상을 겪는다. 

또한 알코올 의존증은 심리적 원인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데,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해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보다 알코올 의존증에 취약하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알코올 의존증을 겪고 있지만 나 자신이 의존증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랬고 주변에서는 날 당연히 의존증환자로 생각했다.


딱 한 잔만 더!


내가 친구들을 만나면 매일 외치던 한마디다.

딱 한잔만 더 하고 가자! 딱 마지막! 여기서 끝!

예전에 한창 심했을 때는 단 하루라도 맥주를 한 캔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왔었다.

그때는 술을 안 마셔서 잠이 안 왔다고 생각이 들지 않고 그냥 불면증이 심해졌다고 생각했다.

(특히 나처럼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더 헷갈릴 수도 있다.)

이때부터 내 몸이 슬슬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주변에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나 스스로도 뭐라도 바꿔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시작한 것은 일단 식습관 변화와 운동이었다.


술 뱃살을 빼야겠다.


일단 식습관 변화를 하며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다이어트였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다 보니 단순히 의존증만 생긴 게 아니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뱃살도 함께 쪄버렸다.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항상 9-10시쯤 늦게 먹던 저녁을 7-8시 이른 시간으로 바꿨다.

그리고 야식을 끊었으며, 집에 술을 사다 놓지 않기 시작했다.

간단한 변화였지만 내 몸엔 직접적인 큰 변화가 있었고 더불어 식사시간과 잠드는 시간의 텀이 길어지니

잠도 더 잘 왔으며 푹 잤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속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뱃살도 조금씩 들어갔다. 

먹는 양이 원체 많지는 않아서 술만 끊었을 뿐인데 어느 정도 감량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뭔가가 필요했다. 술을 대체할 수 있는 자극적인 무언가가.


그렇게 평소 다니고 있던 복싱 수업 시간을 한 시간 더 늘렸다.

주짓수와 복싱 번갈아가며 하루 1시간~1시간 반씩 하던 나였는데,

이때만큼은 복싱 시간을 더 늘렸고 기초 체력 훈련 때 안 해보던 팔 굽혀 펴기를 도전했다.

처음에는 기초체력이 너무 낮아, 무릎을 꿇고도 내려가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2-3달을 기초체력훈련을 하며 연습을 하다 보니 

현재는 무릎 꿇고는 팔 굽혀 펴기 5-10개까지 할 수 있는 여자가 되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작은 변화일지라도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다.)

그렇게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며 다이어트를 함께 했고 기본 3kg에서 5kg까지는 무난하게 빠졌다.


여전히 차 또 술?


그래서 사람들이 물어본다. 다이어트도 성공했는데 이제는 술을 끊었냐고.

아니 나는 술을 끊은 적은 없었다. 

현재도 운동과 술을 병행하며 살고 있다.

대신 술을 즐기기 위해 건강한 운동을 함께하길 택했고, 결과 건강하게 술을 즐기는 사람이 된 것이다.

또한 전처럼 의무감으로 퇴근했으니 주말이니 하는 핑계는 더 이상 대지 않기로 했다.

내가 꼭 마셔야 할 때 아니면 쉬어야 할 때를 구분 짓게 되었다.

여러분도 내가 지금 알코올에 대해 의존하고 있는지 또는 내가 알코올을 즐기고 있는지 의문이 된다면,

잠시 술을 쉬어보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간을 보내보자.

여러분들도 분명 건강한 알코올을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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