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기는 병원입니다.
내가 병원에서 일한 지도 햇수로는 8년 차이다. 이제 어느 정도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고
병원의 돌아가는 상황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위치가 되어있다.
나는 의료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졸업하자마자 여성병원에서 야간 근무로 병원 원무과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병원경영에 대한 어릴 적 꿈이 있었다. 그땐 막연하게 내가 병원을 세워서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고 어려운 나라 의료지원해 주고 재해가 나면 의료지원해 주고 이런 막연한 현실과는 떨어진 꿈을 가지고 있었다.
병원을 내가 짓기엔 일단 나는 의사가 아니다. 의사면허를 가지고 병원장이 되어야 병원 경영을 할 텐데..
그렇다고 내 꿈이 접힌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이다. 이사장이나 행정원장 같은 경영진이 되면 어느 정도 병원장과 얘기해서 꿈들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난... 아픈 사람들이 오는 병원에 출근을 했다.
병원이란 곳도 환자의 질병 및 부상의 치료가 이루어지는 특수한 공간이지만
결국은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나는 사람 사는 곳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느 월요일아침.
나도 빨리 출근하는 편이라 생각하지만 아픈 사람들은 더 부지런하다.
어쩜 저렇게 부지런할까.?
나보다 일찍이 와서 진료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밖에는 119 구급차가 들어오고 있다. 고생하는 119 대원들을 위해서 맞이하러 가본다.
어떤 환자를 모시고 왔는지 보기도 해야 하고, 우리 병원에서 케어되는 환자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고생하십니다~!!"라는 말로 119 대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본다.
119 대원들의 말에 따르면 모시고 오는 환자를 잘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더라. 나도 오는 환자 다 받아주고 싶지만 우리 병원에서 치료가 바로 안되면 받지 못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우리 병원의 정상진료 시간은 오전 9시.
하지만 8시 30분도 안 된 시간에 병원에 와서 앉아있는 환자들... 빨리 진료 봐달라고
괜히 나를 째려보는 것만 같다. 이미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환자들. 아프면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나는 그런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병원 바로 옆에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주문을 한다.
모닝커피는 하루를 여는 소소한 행복이랄까?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기분이 괜히 좋아진다.
접수한 순서대로 진료가 시작되면 저마다의 사연으로 서로 아픈 증상을 얘기하고 치료를 받거나 검사를 하게 된다.
월요일은 통상적으로 환자가 더 많이 몰리는 날이라 바쁘다. 주말 동안 놀다가 아픈 사람도 있을 테고 주말에는 정상진료 안 하니까 참았다가 정상진료받으러 오는 사람도 있을 테다.
환자가 많으면 누가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일단 원무팀, 간호팀, 총무팀, 영상의학팀, 진단검사의학팀, 검진팀, 영양팀, 시설관리팀직원들 모두 표정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고 의사들도 표정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페이닥터도 환자 적게 보나 많게 보나 돈차이가 없다면 환자를 적게 보는 게 좋은가보다.
진료가 하나, 둘 끝나기 시작하면 수납하러 몰리게 된다. 이때부터 또 다른 전쟁이다.
"진료비 6,600원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내면 빠르게 넘어가겠지만..
"뭐? 다른 병원은 나이 많은 사람 1,500원인데?"라고 반말을 해대면서 노려본다.
그렇다. 우리 병원은 2차 병원이라 동네 1차 의원급들이랑 진료비는 당연히 다르다.
노인외래정액제라고 70세 이상 노인이 1,500원만 내는 것은 1차 동네의원급들에 해당되는 얘기이다.
총 요양급여총액이 15,000원 이하이면 1,500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제도에 해당되지 않는다.
"뭐 이리 비싸냐?" 데스크 직원이 정상적인 진료비를 불러도 비싸다고 한소리 먹는다.
뭘 잘못했길래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싶다. 나는 환자의 요구 정도가 지나치거나 민원이 심해지면 나가서 달래주고 설명해줘야 한다. 웬만하면 수긍하고 가긴 한다. 마트에 물건값은 잘 내면서 병원에 진료 다 받고 나서는 가격흥정하려고 든다. 시끌벅적한 월요일 아침의 시작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면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즐거운 점심시간이지만... 병원밥은 맛있는 반찬 나오면 먹을만하지만 평균적으로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전동안 고생한 나를 달래며 점심식사를 한다.
그래도 맛없다고 정평이 나있지만 내 입맛에는 먹을만하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일정을 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오후 일정도 시작된다. 오후 6시까지... 남은 시간도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