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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야 Nov 16. 2024

어떻게든 완성하고 만다

내가 책을 쓰게 된 계기

미완성, 습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내 글들은 대부분 미완성 또는 습작에 그쳤다.


그 당시 굉장히 우울감과 자존감이 바닥이던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 우연히 박정민 배우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박배우님의 인터뷰 한 줄로 큰 감명을 받았다.


"저는 제가 사과해요. 그쪽에서 절 화나게 해도, 저는 화가 안 나요."


내 연애 가치관에 있어 중요한 문장이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상대방의 자질이었다고 할까.



사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었다.

그만큼 자존감이 바닥을 내리쳐, 가장 아프지 않게 죽을 방법을 매일 같이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시동"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박정민 배우 주연 영화이다.



이 영화가 얼마나 궁금하던지, 꼭 이 영화만큼은 내용이 궁금해 봐야겠더라.

'이것만 보고 죽는 거야...'


그러다 동네로 무대인사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왕이면 배우님을 보고 싶어 무대인사를 보게 됐다.



시동 영화의 내용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내용이었고, 박정민 배우를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좋은 사람도 살아가는데, 나도 살아가야겠다.


박정민 배우 팬이라면 알 사실들을 여러 개 적어보자면.


우선

사바하 촬영당시 전등사에 들러 소원 염주 두 개를 사서 근 2년을 끼고 다녔다.
티파니 앤 코 1837 네로우 반지 티타늄을 검지에 끼고 다녔다.
"책과 밤 낮"의 책방 사장님이었다.
진 녹색을 가장 좋아한다.


책과 밤 낮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선물을 해야 박배우님 기억에 가장 남을까.


우선은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실사화라고 칭하는 그림을 그려 합정과 상수 중간에 있던 "책과 밤 낮"에 들러 선물을 전달했다.


매번 같은 디자인으로 편지와 함께 포장했다

여기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 궁금하다면...

영화배우답게 영화 포스터를 작업했다.


아래는 실제로 작업한 작품들이다.


사진 아니냐고 가장 많이 오해한 작품
나무랑 자갈 그리다가 죽을 뻔 한 작품


그리고 다만악은 박배우님 포스터만 공개되지 않았기에 (여장남자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서프라이즈 하기 위해) 다만악 화보집과 영화 포스터를 합성해서 작업했다.



이렇게 내가 가장 잘하는 그림을 선물하고, 다른 선물을 고민하다

책이 떠올랐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특히나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방까지 운영 중인 배우님께 딱일 것 같았다.

그렇게 살게 해 주어 감사하다는 의미를 담은 긴 편지(=장편소설)를 쓰게 되었다.


그게 바로


1차 탈고본

그대라는 책갈피이다.




약 2년 동안 책을 썼다.

아까 위에서 말했던 염주와 반지 기억나시나.

나는 티파니 앤 코 티타늄반지를 구매했다.

그리고 박배우님이 함께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까지 손에 둘러찼다.


티타늄이란 재질은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내 마음이 변하고 싶지 않았다. 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책을 완성하고, 꼭 전달하겠다고.


박정민 배우 반지 + 염주 + 시계


그렇게 무작정 전등사에 갔다.

초록색과 검은색 염주를 골라 손목에 차고 5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꼭 이 책을 완성하게 해 주세요.


그렇게 내 상황과 박배우님이 실제로 했던 말들과 행동을 묘사하여 픽션을 가미한 소설을 완성했다.

38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탈고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여름밤의 악몽이었다.

열이 무려 40도가 넘었지만, 10월 10일이라는 날짜에 맞춰 책을 만들기 위해선 잠시도 쉴 수 없었다.


10월 10일은 개인적인 이유로 기념일이 된 날짜이다.

그리고 매년 10월 10일 각종 절에 찾아가 염주를 바꾸고 새로운 소원을 빈다.




내 책은 무사히 전달되었다.

코로나로 직접 전달은 못했지만, 지인을 통하여 책이 무사히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인은 해주셨지만, 품에 돌아오진 못한 사인...


이후로 책을 완성한 일은 두고두고, 포기하지 않는 나를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순간을 물어볼 땐, 소설책을 완성한 일이라고 자랑스래 말했다.


무언가를 끝마치는 일은 참 중요하다.

찝찝함도 없고, 깔끔하면 깔끔할수록 좋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열심히 무언가를 "완성"하려고 노력 중이다.

완성 속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고, 완성이라는 결과가 나를 증명한다.



다시는 밀크티를 맛볼 수 없고, 갈 수 없는 [책과 밤 낮]에서 꽤나 많은 영감을 받았던 것 같다.

참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이었다.


책의 시작과 끝에 박정민 배우가 언급되어 있다.

이유로는 세상에 단 두권 밖에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 책이 자랑스러워 세상에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기회가 된다면, 처음으로 완성한 긴 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위로가 되는 책이다.

 "저는 제가 사과해요. 그쪽에서 절 화나게 해도, 저는 화가 안 나요."라는 주옥같은 말처럼.

미안하다는 말이 절실히 필요했던,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에 감동받아 우는 나약한 존재 강진하의 성장과정을 담았다.


내 결론은, 마지막 두 줄이 참 이뻤던 사람에게 "완성을 선물했다."


여러분도 무언가 하고 있는 게 있다면 끝맺음을 내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더 큰 성취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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