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가슴에 구멍이 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가슴에 구멍이라는 표현에 구멍이라니, 하고 의아하기보다
냉큼 내 구멍은 몇 개 일지 세어보는 나란 인간.
마음과 마음이 닿아 소통을 이루지 못할 때
꽃을 건네 마음을 전했는데 그 마음이 향기로 피어나지 못하고 바위에 던져진 것 같을 때
나는 구멍이 생긴다
내가 수없이 전했던 마음들을 귀찮은 듯 열어보지도 않은 채
옆으로 밀어놓은 모습을 마주할 때
나는 구멍이 생긴다
내가 무례한 일을 당하는 순간,
믿었던 사람이 그 광경을 멀리 있는 풍경 보듯 바라보기만 할 때
난 그 순간의 무례함보다 그의 방치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믿고 의지하며 털어놓았는데
나와 가슴을 맞대고 듣지 않고
한층 위로 올라가 전체 상황을 아주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을 때
나는 구멍이 뚫린다
왜 나한테는 내 마음속 슬픔이 흐르는 소리를
가만히 귀 기울여 줄 사람이 없을까
그리하여 나의 가슴은 현무암이 되어간다
그 구멍구멍을 메우려고
오늘도 나는 노트북을 열고 자판에 손가락을 올려놓는다
마치 어렸을 때 피아노를 치며
그 선율로 내 구멍을 쓰다듬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