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는 디왈리라는 인도의 축제 기간이다. 집마다 등불을 밝히고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거대한 힌두교 축제이다. 등불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빛이 어둠을 물리친다는 것, 악보다 선이 승리한다는 것, 또한 사악함이나 가난, 고통,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적인 기운을 물리치고 평화와 건강 재물을 가져다줄 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 기간 가정과 거리에는 수많은 등불과 전등이 켜지고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장식한다. 이 기간에 가정에서는 다양한 전통 음식을 만들고, 친구나 가족에게 선물을 나누며, 새로운 옷을 입고 축제를 기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간에 새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에 상점마다 대대적인 할인을 하기도 한다. 가난한 서민들도 예외는 없다. 불꽃놀이를 위해 1년 치 생활비를 모두 탕진하기도 한다. 아니, 오직 이날을 위해서 1년 동안 힘들게 일하고 돈을 모은다고 해야 맞을까.
한국에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이곳에서는 물가에 비해 높은 가격이기 때문에 불꽃놀이 한번 할라치면 상당한 비용이 드는 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불꽃놀이에 온 정성을 들인다. 빛이 자신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라 믿기 때문이다.
동네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사람들은 춤을 추고 음식을 나누고 흥을 즐긴다. 밤이 늦도록 이렇게까지 시끄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시끄럽고 낮처럼 환하다.
조금 앞서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중요한 명절은 추석이 있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추석은 참으로 반가운 날이었다. 주로 한복을 입고 가족들과 모여 송편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며 어느 집 송편이 맛이 있네… 예쁘네. 농담도 나누고, 친척들과 왕래도 해가며 그렇게 반가운 추석이었다. 그럼에도 동네 어르신들은 어린 나에게 본인의 어린 시절 추석은 더 재미났다며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동네에 모여 씨름, 강강술래, 줄다리기와 전통춤을 추며 참으로 재미난 명절이었다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조용한 추석이 되고 있다. 친척 집 방문을 줄이더니, 가족 방문을 줄이고, 이제는 그냥 가족끼리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담이 적어지기는 했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도 드는 알 수 없는 명절이 되고 있다.
흔히 지금 인도는 한국의 70년대라는 말들을 하기는 하는데…. 30년쯤 지나면 지금 이 시끄럽지만, 정겨운 디왈리를 지금의 꼬마들도 나처럼 그리워하게 될까.
벌써 거리는 온통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쇼핑몰에서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온갖 빛으로 치장한 장신구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면 동네 이웃들은 나를 무대로 초대해 환하고 밝은 얼굴로 음식을 나눌 것이고 사진을 찍고, 춤을 추자고 손을 잡아끌 것이다.
나에게는 이곳이 낯선 곳이지만 그들에게는 내가 낯선 사람이나 이방인이 아니다. 흥이 많고 정이 많은 이곳 인도에서 나는 오히려 정을 배우고 흥을 배우고, 다르지만 다르지 않음을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