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더 구체화해서 브런치 북으로 만들 예정
사실 처음에 나만의 법칙을 쓰라 했을 때 생각나는 것은 없었으나, 난 소설쓰기 빼면 시체 아닌가. 그래서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 관계로 내가 소설을 쓰는 법칙, 정확히는 방법에 대해서 쓰도록 하겠다.
사실 법칙이랄것도 없는게, 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기 때문에 난 내가 소설을 쓰는 법칙을 이 글에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쓴 소설들을 보고 법칙을 추출해서 이곳에 옮긴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어쨌든 내가 소설을 쓰는 법 공개, 개봉 박두!
우선 아이디어는 아무데서나 끌어온다. 연성을 읽든, 책이나 소설을 읽든, 핀터레스트를 보든 아니면 갑자기 떠올리든 어쨌거나 어떻게든 아이디어(글감)를 떠올린다. 소설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팁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인물을 중심으로 에피소드 형식의 짧은 글을 떠올리는 식으로 떠올리면 쉽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구체화시켜 소설로 만들 때 편하다. 또 저작권이 없는 아이디어가 아닌 이상 내가 그 아이디어를 그곳에서 퍼왔다는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아이디어를 조금이나마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변경할 때 원본의 그 맛이 살아있도록 수정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것을 도둑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을 더 덧붙여 보겠다.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인데, 글쓰기도 이것과 같다.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좋은 글이 나오고 저속한 글을 많이 읽으면 저속한 글이 나온다. 한마디로 내가 읽은 글이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나온다는 말이다. 그 말은 내가 어떤 글을 읽으면 그건 내 것이 되어서 나오는 건데, 이것은 도둑질이 아니지 않은가? 읽은 글을 나만의 스타일로 변형시키는 것은 표절이 아니고 재능이고 기술이다.
아무튼 그렇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나면 이제 구체화의 단계다. 내가 인물 중심으로 에피소드 형식으로 떠올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게 이 단계를 위한 것이다. 구체화의 단계에서는 그 에피소드에 나오는 인물들을 구체화시킨다. 프로필을 적어도 좋고 간략하게 성격과 콘셉트만 적어도 좋다. 대신, '이 캐릭터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드러나도록 써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인물들을 구체화 시키고 나서는 그 인물들의 성격이나 가치관을 고려하면서 상황이 일어난 경위와 뒷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구체화 시킨다. 스토리의 앞뒤와 결말까지 생각해놓고 어딘가에 적어놓으면 그게 시놉시스고 간략한 이야기가 된다. 이것으로 뼈대는 완성이다.
이제부턴 심화된 구체화, 즉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면 된다. '글쓰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럴 땐 이렇게 해야하고 저럴땐 저렇게 해야한다!' 이렇게 알려줄 수는 없지만 팁을 줄 수는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쓸 때의 팁은 최대한 묘사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고, 스토리라는 뼈 위에 묘사라는 살을 두껍게 붙이라는 것이다. 스토리만 있어서는 괜찮은 글이 되기 어렵다. 예시를 들어 아래 두 글을 살펴보자.
'비가 내렸다. 난 집 밖으로 나갔다.'와 '그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비 오는 날 특유의 꿉꿉한 공기 때문에 마치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숨을 내뱉었다. 그런 감상에 잠겨있기도 잠시, 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나갈 채비를 했다. 입고 있던 옷 위에 연한 갈색 가디건을 걸치고 어제 산 운동화를 신은 후 현관을 나섰다.'라는 글.
첫번째 글은 그저 스토리, 있었던 일의 나열이고, 두번째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등장하는 대상들에 대한 묘사를 했다. 이것만 봐도 묘사의 중요성이 보이지 않는가? 묘사는 글을 더 재미있게 읽도록 독자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개인적인 말을 덧붙이자면, 난 집밖으로 나갔다 라는 표현보다 현관을 나섰다 라는 표현을 더 애용하는 편이다. 만약 화자가 아파트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집 밖으로 나갔다고 하면 현관을 나섰다는 것인지, 아파트 복도를 걷고 있다는 건지, 공동 현관을 나서서 완전한 실외로 들어섰다는 건지 독자는 모르기 때문에, 그를 구분을 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묘사를 할 때, 화자의 개인적인 상념을 넣어도 좋다. 이를테면 수많은 이동하는 인파 속에서 홀로 움직이지 않는 화자는 이러한 지문을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애써 움직이지 않아도, 세상은 이렇게나 잘 굴러간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라든지, '나의 시간은 멈춰 있는데, 이 세상의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갈 뿐이었다.' 등의 표현 말이다. 조금 가벼운 예시를 들자면, 비 오는 날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화자는 '이 자식은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든지 '이렇게 계속 늦으면 앞으론 그냥 확 나오지도 말아야지, 같은 생각 따위를 하고 있었다.' 등의 지문을 내보내어 생동감을 살릴 수 있다.
그렇게 스토리에 하나하나 살을 붙이며 결말까지 다다르면 끝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난 정말 글을 아무렇게나 막 쓰는 삼류 작가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에게 나만의 질서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 글을 만천하의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한번 써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퇴고 후 추가 글:
난 저 글을 꽤 괜찮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제일 중요한 두가지를 까먹었었다. 바로 제목과 캐릭터의 이름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추가글을 빌려 제목과 캐릭터의 이름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제목은 소설의 얼굴이나 다름 없다. 사람의 첫인상은 제일 처음 6초로 결정된다고 한다. 그 말은 대부분 첫인상은 얼굴을 보고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기 때문에 얼굴로 사람의 됨됨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확실히 '이 소설을 읽어라'하고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제목이 중요하다. 독자들은 제목을 보고 이 소설을 도전할지 말지 결정한다.
지금부터 제목을 짓는 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인간들은 대부분이 재미와 흥미를 좆는 존재들이다. 소설의 독자들은 인간일테니 그런 인간들을 사로잡는 제목을 지어야한다. 한마디로, 재미있어 보이고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을 지어야 독자들이 그 소설을 도전해본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재미있어 보이고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을 지을 수 있을까? 모든 상황에서 그러라는 것은 아니지만, 문장형으로 제목을 지으면 편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냥 단어의 나열에 불과한 제목보다 문장형 제목을 더 흥미롭게 여긴다고 한다. 그 예시로, '순백의 엘리사벳'이라는 웹소설이 있었다. 그 웹소설은 그저 그런 조회수를 지닌 웹소설에 지나지 않았지만, 제목을 '미친 대마법사를 길들였다.'로 변경하고 나서는 갑자기 조회수가 급등했다고 한다. 확실히 '순백의 엘리사벳'은 '순수하고 깨끗한 엘리사벳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나오는구나~'에서 생각이 그치지만, '미친 대마법사를 길들였다'는 '뭐? 미친 대마법사를 길들였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라는 의문이 들면서 클릭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문장형으로 제목을 지으면 사람들은 의문을 느끼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 소설을 읽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물론 제목이 문장형이라고 다 그런 것도 아니며, 모든 소설 제목을 문장형으로 지으라는 것도 아니다. 요는 읽는 사람이 궁금증을 느끼고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제목을 지으라는 것이다.
다음은 캐릭터의 이름을 짓는 법이다. 캐릭터의 이름을 짓는 법은 캐릭터의 이름의 언어가 서양권이냐 동양권이냐에 따라 다르다.
우선 서양권 이름부터 설명하겠다. 서양권 이름은 영어나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단어에서 캐릭터와 어울리는 단어를 선정하여 조금 변형하거나 그대로 가져오면 쉽다. 예를 들자면, 조금 덜떨어진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에게 '절름발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인 '클로드'라는 단어를 이름으로 붙여주는 식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에게 '비밀'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 '세크레타'를 변형하여 '세크리티아', '세크레티에', '시크리티' 등의 이름을 붙여줄 수도 있다.(라틴어는 교회형, 여성형, 남성형 등 같은 뜻의 단어에도 여러 스펠링과 발음이 있는데, 그중에서 취향에 맞는 걸 가져오면 된다.)
다음은 동양권 이름이다. 동양권은 대부분 한자를 이름에 쓰기 때문에, 캐릭터와 어울리는 한자들을 조합한 후 그 나라 발음으로 읽으면 된다. 또 동양권에는 그 나라에서만 쓰는 고유의 단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도 괜찮다. 뭐 김미리내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름을 지을 때 이렇게 해도 재밌는게, 캐릭터의 콘셉트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이름을 지어주고, '부모님은 이 캐릭터에게 이렇게 자라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캐릭터는 이렇게 완전히 다르게 자라버렸다.'라는 설정을 넣어도 된다는 것이다. 또 악역인 캐릭터에게 악역이나 나쁜놈, 사기꾼 등의 뜻을 가진 이름을 지어주면 이것 역시 떡밥으로 작용한다.
다음은 번외로, 캐릭터의 생일을 정하는 법이다. 캐릭터의 생일은 탄생화를 보고 정하면 쉽다. 매일 각 날에 해당하는 탄생화가 있는데, 캐릭터의 성격이나 콘셉트를 이 탄생화의 꽃말과 일치시키면 덕후들이 정말 좋아한다.
사실 원래는 이 글이 더 추가될 수도 있기 떄문에 맺음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저렇게 끝내는 것은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이렇게 맺음말을 쓰게 되었다. 맺음말을 빌려 하는 말이지만, 첫번째 글과는 다르게 추가글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추레하고 못쓴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은 가족을 제외하곤(솔직히 가족에게도 공개하고 싶지 않다...)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내가 첫 글에도 썼듯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발 소설을 써보고 나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궁금한 점이나 막히는 점이 있으면 내게 질문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