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설 쓸 때 공동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다(이때 공동 작업은 '합작'이 아닌 '한 편의 소설을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다.) 일단 공동 작업은 내가 기여해야 할 부분이 적은데, 그 점도 편하지만 혹시라도 더 많은 부분을 떠맡게 되면 내가 이 작업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고, 또 할 일이 많아져서 행복해진다. 그리고 혹시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다른 사람들도 걸려있는 문제라 책임감 때문에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 의견에 부딪혀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못 쓰게 될 수도 있지만, 공동 작업을 할 때는 그런 걸 조금 내려놔야 한다. 개인적으로 글을 쓸 땐 내가 보고 싶은 설정들을 다 떄려박에 만들어도 되지만, 공동 작업을 할 때는 공동 작업을 하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설정이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예의기 때문이다.
공동 작업은 하는 사람들이 나와 친할수록 재미있고 편해지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나 조금 친한 사람들과 하게 될 경우에는 상대방의 기분에 너무 신경쓰느라 상대방의 의견에 제대로 된 피드백을 내놓거나 반대를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도 많다. 또 그런 사람들과 할 경우에는 공동 작업을 하는 동안 재미도 없고 어색해서 정말 힘들다. 반대로 아주 많이 친한 사람들과 할때는 우선 제일 좋은 점은 (나이가 비슷한 경우엔) 불편하게 존댓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하면 스스럼없이 서로의 의견에 대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은 적정한 선에 피드백과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상대도 자신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또 친하면 작업 하는 동안에 분위기가 삭막하지 않아서 편안하게 작업에 임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주로 친한 사람들과 작업을 하는 편이다.
나는 공동 작업을 꽤 많이 해봤다. 내가 속해있는 Team. 마그리타의 목표가 '함께, 막 글을 쓰자!' 인 만큼 '함께' 쓰도록 하는 시스템 아닌 시스템이 나름 구축되어있다. 우리는 Team. 마그리타의 계정에 장편 소설을 올릴 땐 꼭 누군가와 함께 써야 하기 때문에 매 회차를 쓸 때마다 소규모로 팀을 이뤄서 작업 하는 경우가 많다.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공동 작업은 정말 재밌다.
얘들아 이 글 보고 있니? 나 지금 너희랑 쓰는 게 좋다 이거야! 그니까 '나같은 건 팀에서 빠져야 돼'이딴 말 좀 하지 말고 제발 좀 같이 쓰자,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