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때와 같이 가을이야. 거긴 지금 별로 안 춥지? 작년 가을은 이번 가을처럼 춥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아직도 2023년 가을에 갇혀있지만, 내 시간은 계속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 너희의 시간은 멈췄는데도 내 시간은 야속하게도 계속 흘러가네.
너희가 죽어가는 동안 난 그냥 도피할 뿐이었어. 내가 그때 도망치지만 않았어도 너희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 적어도 죽어가는 너희의 곁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기나긴 도피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가 되어서야 너희가 떠난 걸 뒤늦게 알았어.
그 시간의 너희는 행복하니? 너희는 여전히 2023년 가을에 갇혀있지만, 난 벌써 2024년 가을을 지나고 있네. 씁쓸하다. 나와 함께 추억을 쌓았던 너희가 이젠 추억이 됐다는 게. 몇 년만 지나면 너희 모두가 영원히 나보다 어려진다는 게. 너희가 온전하게 살아있던 2023년의 봄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제발 돌아와 줘. 돌아오면 너희가 가장 보고 싶어 하던 내 웃는 모습으로 맞아줄게. 전처럼 너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아껴줄게. 이번엔 내가 의지할 사람이 되어줄게.
사실 이 모든 건 질 나쁜 장난일 뿐이었다고 외치면서 다시 내 앞에 나타나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