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께
2020년 새 해가 밝고, 20일째 되는 날 저녁입니다. 새 해는 무척 빠르게 찾아오고, 1월의 하루하루도 신속히 지나가지만, 부모님 기일이 있어서, 편지드릴 마음의 준비를 하며, 빨리 지나가는 시간을 잠깐 붙들어 둡니다. 부모님을 기억하는 시간, 부모님께 마음을 드리는 시간, 부모님과 대화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지려 하니, 시간한테 조금 천천히 흘러가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이 편지는 내일 가족들과 함께 읽을 거예요. 형부랑 언니들은 오늘 아버지, 어머니 묘소에 들러, 아버지,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아버지 좋아하시던 찬송도 불러 드리는 것 봤어요... 오늘 같이 가지 못해 죄송해요. 그래도 내일 저희 목소리 들으세요.
잘 지내셨어요? 벌써 1년이 지났네요... 1년에 한 번씩밖에 안부를 묻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생활하다 보면 종종 문득문득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한테 얘기해 주면서 부모님 생각도 합니다.
어느 날은 Timothy가 외할머니는 어떠셨어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 엄마가 어떠셨는지, 얼마나 유쾌하시고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해 주시는 분이셨는지 얘기해 주고... 최근에는 가까이 지내는 한 자매한테, 우리 부모님은 어떠셨는지, 우리 부모님이 노년에 어떻게 주님을 누리다가 주님 품에 가셨는지 얘기해 줬어요...
그 자매한테도 말했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난 항상 어린 막내,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어린양을 피우고 싶은 그런 막내인데.... 내 아이들이 벌써 성년에 가까워지고, 청소년이고, 나는 오십에 가까워져 간다는 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육신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게 참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육신으로 뵙지 못해도 우리 가슴속에 살아계셔서, 제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저는 항상 부모님을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는 부모님과 저의 관계가 주님과 저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아요... 눈에 보이시지는 않지만, 저의 존재가 되셔서 제가 항상 의지하는 분. 항상 우리를 지켜봐 주시고 돌봐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분. 바로 주 예수님이시고, 부모님도 그러시고...
가끔씩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 줘야 하는 것들을 잘 못해 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울고 싶을 때 (아니 운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면 꼭 엄마가 보고 싶더라고요... 나도 우리 엄마한테 가서 안겨 울고 싶다 생각하며...
작년부터 David이 곧 고3이 되고, 대학입시를 준비를 도와야 하는 면에서 조금은 제가 압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첫 아이이고, 처음 고3 엄마가 되는 거라 제가 긴장을 하더라고요... 저희 때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만 잘 치르면 대학을 가는 그런 제도가 아니라서... 뭔가 복잡한 것 같고, 잘 모르겠고 해서... 주님의 은혜를 앙망합니다. David이 평강가운데 열심히 공부해서 멋진 국어교사가 되는 꿈을 이룰 것을 믿습니다. 부모님도 David을 응원해 주세요.
Timothy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생각도 자라고, 진로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해 보고, 주님에 대해서도 진지해져서, 주님을 생활 가운데 적용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많아요...
Grace가 이번 겨울에 한국 들어가서 건강에 대해 얘기를 듣고 와, 조금 염려가 되긴 합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더 세심하게 돌보라는 주님의 말씀하심이라고 믿고, 이 아이를 더 관심하려고 합니다. 저의 돌봄이 세심하지 못하다는 것은 저 자신도 인정합니다. 주님의 만유를 포함한, 포괄적인, 섬세한 돌봄.... 그 목양(요 10:11)을 배우기 원합니다.
부모님께 함께 기도해 주시라고 요청할 것들만 많이 적었네요... 돌아보면 지난 한 해 또 얼마나 감사한 나날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다 부모님의 중보기도 덕분이었고요...
우리 가족 모두 교회 집회 참석을 회복한 것, 성경 읽기를 지속한 것, Timothy의 영이 부흥된 것... 두 청년 자매들과 함께 근무하게 된 것...
지난여름에 광주 식구들이 여기 방문한 것... O서방이 운동 시작하고 건강해진 것, O서방과 제가 같이 근무하며 자녀들 돌볼 수 있게 하신 것, 등등등.... 감사할 것은 시시때때로 많았습니다.
2020년. 짝수. 반복되는 두 자리 숫자로 이루어져 숫자가 무척 예쁜 해. O서방이랑 제가 2001년 2월에 결혼했는데, 올 해를 꽉 채우고 내년 새해 2월이 되면 결혼 20주년이 되네요. David은 대학생이 될 거고요. Timothy, Grace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될 거고요... 올 해를 주님의 목양하심으로 알차게 보내고 나서, 내년 이맘때쯤 전후로 여러 의미를 담은 ‘특별한’ 여행을 해 봤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
올 한 해를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주님을 더 많이 의지하고 얻고, 모든 일에 감사하며, 모든 영광을 주님이 얻으실 수 있도록, 승리에 차게 이 한 해를 마칠 수 있도록...
올 해는 손 글씨로 편지를 쓰지 않고 자판을 이용했어요. 이게 말을 다듬는데 조금 더 유용해서요... 아버지, 어머니! 이 한해도 주님의 품 안에서 평안하시고 잘 계세요. 주님의 왕국 안에서 다시 뵐 소망(살전 4:16~17) 안에서 기뻐하며, 평소 때 우리 애들한테나 O서방한테도 잘하지 못하는 말, ‘사랑합니다’ 부모님께 고백해요.
평소에 더 자연스럽게 자주 하면 좋으련만... 올 해는 이걸 좀 훈련하고 싶어요.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기. 주님께 기도할 땐, 자연스럽게 잘하는 데, 사람한테는 왜 쑥스러워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남편 Enosh 님, 사랑합니다!
우리 David, Timothy, Grace 사랑해!!
주 예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부모님 통해 이 땅에 나오게 하셔서 잘 양육받고, 좋은 교육을 받게 하시고 교회생활 안에서 건강한 말씀으로 먹이시고, 가정을 이루어 인생의 노정 안에서 주님을 얻어가게 하고 계심을 인해 찬양합니다. 광주 식구들, 형부, 큰언니, 미연언니... 친정부모님 같은 역할 해 주시고 계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올 한 해를 주님께 드립니다. 넘치는 은혜로 우리 모두와 함께 하소서!
산 자와 죽은 자의 하나님, 부활의 하나님!
부활의 소망가운데, 부활의 영역가운데 하루하루를 살게 하소서!
2020. 1. 20 아버지 기일에, 어머니 기일을 앞두고
막내 mina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