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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뵈뵈 Nov 01. 2024

부모님 전상서 5

-2021년 1월

사랑하는 부모님,      


2021년 1월이네요. 벌써 한 해가 지났어요. 지난 2020년 1월과 2월, 긴 겨울방학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모든 외출이 제한되고, 사람들의 왕래도 제한받아, 식구들과 오롯이 하루 두 끼를 해결하며 그렇게 겨울을 났던 기억이 선한데, 다시 그 겨울방학이 돌아왔어요. 그래도 이 겨울은, 세계적 전염병이라는 것을 일생에 최초로 경험하며 세상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는 것을 1년 동안 겪고 나서 맞이하는 겨울이라, 지난겨울처럼 당혹스럽지는 않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오늘 두 분 기일을 함께 추모하고, 내일은 David이 한국으로 들어가요. David이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 대학 생활하고, 주 안의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니 놀랍죠?


‘우리 David! ’,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David이 입시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밤에 싱크대에 쌓여있는 그릇들을 설거지하고, 특별 라면 요리로 식구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기도 하고, 피아노나 기타로 찬송이나 클래식, 가요 등등 연주를 해 주기도 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여유 있어 보이고,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첫째는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고, 둘째, 셋째는 고등학생이 된다니... 하하.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고... 이렇게 잘 자라 준 것, 잘 자라고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기쁘기만 합니다. '이곳 중국으로 와서 학교 생활하게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아이들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찌들지 않고, 즐겁게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 같아서요.


David이 대학생이 되는 시점이라 종종 저희 대학시절 이야기도 화제로 나오는데, 최근에는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너희 셋째 이모는 영문과를 가고 싶으셨는데 가정형편 생각해서 ‘교대’를 선택했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엄마가 서울에 사립대 다니게 될 때, 아무런 얘기도 안 하시고, 학비 다 대주셨어... 이제 생각해 보니 정말 감사하게 느껴지는구나. 고되게 농사지으셔서 자신들을 위해서는 하나도 쓰지 않으시고, 자식 공부시키는 데만 사용하셨으니... 나중에 돈 벌게 되면, 엄마 아빠한테 갚아라 같은 말 한마디 안 하셨단다.”.  


왜 그렇게 아무 말씀이 없으셨을까요? 어떤 힘들다는 내색도, 어떤 요구도 없으시고, 다만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셨던 부모님... 정말 감사해요. 지금 돌이켜 보면, 부모님에게 받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내 생활 누리는 데 바빴지, 부모님의 노고, 그 깊이를 한 번 생각해 본 적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제가 부모님 고생하신 것 꼭 갚아 드려야지 하는 생각 한 번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정말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이제라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요. 부모님의 희생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잘 생활하고 있는 거예요. 추우시진 않으시죠? 주님 품에, 음부의 즐거운 구역에 계시니 안식하고 계시죠? 저희를 위해 중보기도하고 계시죠? 종종 뵙고 싶습니다. 주님의 왕국 안에서 다시 뵙게 되겠죠? 그때는 평소 때 못 해 본 것, 두 분 꼭 안아볼게요. 안아 드릴게요.     


작년 12월 10일에 프랑스인과 결혼한 조카가 아들을 출산했어요. 눈이 정말 크고 똘똘한 남자아이. 큰 언니가 ‘할머니’가 되었네요. 손주가 있는... 아버지, 어머니 살아 계셔서 증손주도 한 번 안아보셨으면 좋으련만... 조카가 프랑스에 있어서, 그리고 이 대전염병 때문에 하늘 길도 닫혀 큰 언니도 못 안아 본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지만요... 클OO도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기도해 주세요.    

 

한국에 못 들어간 지 벌써 2년이 지났어요. 1년에 한 번씩이라도 고국 다녀오고, 가족도 얼굴 보는 게, 타국생활하면서 ‘그리움 충전’ 효과가 있는데... 그래도 저희가 정말로 감사하는 것은, 우리 다섯 식구가 모두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지난 1년간, 한국에 있는 가족과 생이별한 채 지낸 주변 분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주님은 우리 식구에게 크신 긍휼을 베푸셨답니다.     


 이제 David을 우리 가족 대표로 귀국시키고, ‘Zoom’ 회의 기능을 사용해서, 시댁 쪽 식구들, 친정 쪽 식구들 종종 얼굴 보고 새해 인사도 하고, 문안 인사도 하려고 해요. 형부가 먼저 해 주셔서, 저희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아버지! (엄마는 항상 엄마로 불렀고, 아버지는 항상 아부지로 불렀으니까...) 엄마,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아부지,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Timothy, Grace도 얼마나 멋지고 예쁘게 자라고 있는지 보고 계시죠? 앞으로 남은 고등학교 시절 잘 보내고, 저희도 3년 후엔 같이 귀국해서, 제2의 삶을 살게 될 거예요. 주님의 다시 오심을 예비하는 막바지 경주를 달려야겠죠? 구름 같은 증인들, 우리가 이 경주(히 12:1)를 승리에 차게 마치도록 지켜보면서  중보기도하고 격려해 주시는 반열에 엄마랑 아부지도 계심을 믿어요.   

   

어제 가족성경 읽기 시간에 계시록 19장과 20장을 읽었어요. 오늘 21장 22장을 읽어 신약성경 읽기를 마무리하고 David을 보내게 되어 기뻐요. 2017년 7월에 신약 1독을 마치고, 2021년 1월에 다시 신약 1독. 거의 3년 반이 걸렸어요. 일주일에 1번 또는 2번, 방학 때는 조금 더 자주... 읽을 때 주로 한 장씩만 읽으니 이만큼의 시간이 걸렸네요... 하하.


‘첫째 부활에 참여하는 사람은 복이 있고 거룩합니다. 둘째 죽음은 그들을 다스리는 권세가 없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제사장들이 되어, 천 년 동안 그리스도와 함께 왕으로서 다스릴 것입니다.’ (계 20:6)     

 우리 모두 첫째 부활에 참여하여, 천 년 동안 그리스도와 함께 왕으로서 다스리는 보상을 누리도록, 주님의 다시 오심을 위해 우리 자신을 예비하며, 더욱 깨어서 생활하는 한 해를 살게요. 

엄마 아빠도 잘 계세요. 또 편지드릴게요.  

    

2021. 1. 20. 막내딸 mina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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