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엄마의 고독한 육아일기
‘출산율과 인구’는
8살 초록이가 꽤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주제다.
매월 초가 되면 아빠를 졸라 통계청 홈페이지를 열고 지역별 인구수와 인구소멸지역을 손수 체크한다. 아빠는 다소 귀찮은 듯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사실은 기꺼이 아이의 요구에 응해준다.
“이번 달에도 인구가 줄었네..”
걱정스러운 말투로 아이가 대화의 물꼬를 터주면
작은 물줄기가 큰 줄기로 모이듯 꽤 진지해져 가족토론으로 이어지거나 그냥 스몰토크로 흩어져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면 어찌나 쫑알쫑알 말이 많은지 엄마아빠의 머리는 과부하가 되어 멈춰버릴 지경이다.
대화가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기분이 최고조가 되어 상기된 표정으로 늘어질 듯 넥카라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통통거리며 양발모아 뛰기를 반복한다.
초록이가 마냥 귀여운 아빠는 아이의 표정과 모션을 흉내 내며 같이 폴짝거리다가
그만 좀 뛰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자각하며 멈추는 것이 우리 집의 흔한 일상이다.
출산율이 겨우 ‘0.72명‘이라며 탄식하는 초록이는 벌써 가족계획을 끝낸 상태다.
“나는 꼭 아이 세명은 낳을 거야.”
“여자친구가 결혼 안한다고 하면 어쩌지?”
“어른되면 가슴에 꼭 -아이 세명 낳아야 함-이라고 써붙이고 다닐 거야. 생각이 같은 여자랑 결혼하면 되지.”
결혼할 여자가 꼭 올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초록이.
엄마, 아빠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허허.. 너도 애는 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