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이 강한 영재아동
영재아동들은 또래보다 비교적 일찍 ‘자의식’이 생긴다고 한다. 나이에 맞지 않게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하니 가끔은 이해가 안 되는 웃픈 상황도 생긴다.
“혹시 소식 있어? “
요즘 초록이가 하교 후에 매일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하는 말이다.
이 말에는 사실 숨은 뜻이 있다.
‘나 파마하고 싶은데 혹시 예약했어?’
“파마하기 싫은데 안 했지? 설마 이응이응(예약) 안 했지? “
파마는 하고 싶은데 왠지 대놓고 말하기는 부끄러우니 아빠가 의도를 알아차릴 때까지 신호를 보내는 집요한 놈이다.
“(헤어숍) 예약할까? “
“아니?! 파마하고 싶지 않은데? 왜 그렇게 생각했어? “
어쩌라는 거지..?
영문도 모른 채 매일 계속되는 스무고개.
하루, 이틀이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주, 두 주가 지나 몇 주가 되니 아빠의 인내심도 드디어 한계에 이르렀다.
“휴.. 일하느라 바쁜데 매일 전화와. 하하..”
평소 초록이 못지않게 장난치는데 일가견이 있는 아빠는 그날부터 아들에게 이상한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너~~ 자꾸 그렇게 말 안 들으면 파마시켜 버린다!!”
씰룩..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는 초록이.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표정이 나온다.
“아빠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거야!! 엄마한테도 꼭 아빠가 시켜서 했다고 해야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