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의 육아일기
초록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린이집에 가고 나서는 낮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풀가동해 무언가에 몰두했고,
계곡 등 대자연을 처음 겪을 땐 물소리며, 이끼며, 벌레며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가 너무 크고 자극적인지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엄마, 아빠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떨어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요즘 흔히들 하는 책육아를 할 때도 유튜브나 육아서의 가르침이 하나도 들어맞질 않았다.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 읽는다는 전래동화는 결말이 너무 뻔하고 시시하다며 싫어했다.
왜 항상 토끼나 여우는 꾀가 많고 늑대는 간사한지 여리고 조그마한 입으로 따져 물을 때면 어이없고 기가 막히기까지 했다.
아는 단어도 몇 개 없는 5살 아이가 떡하니 어른이나 읽는 과학잡지를 펼쳐서 설명을 요구했는데 설명을 해주다가도 과연 이걸 이해나 할까 싶어 몇 번이나 확인한 적도 있다.
사실 그때는 어린아이가 웬 허세인가 싶기도 했다.
모르는 단어가 한 문장에 네댓 개 있는 글을 읽어 달라고 하면서 단어 뜻을 일일이 물어본 적도 있는데 참을성 없는 엄마는 그 시간이 곤욕스럽기까지 했다.
육아서엔 분명히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엄마와 아이의 알콩달콩한 모습은커녕 예민함으로 무장한 신경전으로 끝을 맺곤 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그래도 나는 이런 초록이가 뻔하지 않아서 재밌다.
누구는 자식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뭉클 할 테고, 누구는 야무지게 자기 일을 잘 해내는 똘똘이, 똑순이라 믿음직스러운 맛에 아이를 키울지도 모르겠다.
초록이는 고지능이긴 하지만 똑똑함의 차원으로 가늠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고지능자의 부모들은 하나 키우느라 둘째를 낳을 여력이 없었다고 말하면 그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초록이의 엄마인 것이 다행이다. 뻔한 것에 실증을 잘 느끼는 내가 평탄하게만 아이를 키웠다면 지루함에 오히려 심한 우울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신이 나의 이런 특성을 잘 알고 고맙게도 우리 초록이를 보내주신 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