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
소나기가 내렸다.
습한 기운이 몰려오고 기온이 빗방울과 함께 떨어진다.우산이 없기에 잠시 비를 피할 곳을 찾다, 온몸이 흠뻑 젖어 버리고 말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소나기는 더 힘겹게 울부짖으며 마침내 폭우로 바뀌어 끝날 생각은 하지 않고 온 세상을 다 젖게 만들 마음인가 보다. 같은 마음이었을까. 내 몸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나가 비를 맞고 싶었다. 젖을 때마다 찝찝하기는커녕 오히려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내 고민, 힘겨운 감정들도 씻겨 나가는 듯. 비를 맞을수록, 내가 젖을수록 나는 점점 더 평온에 그쳐갔다. 비를 맞으며 흐르고 있는 물들이 비 인지, 눈물 인지 아무도 몰랐다. 나 조차도.
내 안에도 폭우가 내리고 있었나 보다.
“아, 나 힘들었구나”
한참을 맞다가 비가 더 이상 나를 적시지 않았다. 아스팔트의 찐득한 냄새가 올라오고, 길가에 핀 꽃들의 향기가 지금 순간을 추억으로 남겨준다.
그래서 나는 가끔 비 오는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