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에서 느낀 경외감
이스라엘에 갔다. 특정한 성지 순례지에 도착할 때마다, 내가 밟는 그 땅이 단순한 땅이 아니라는 걸 강하게 느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그곳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발 밑으로는 수천 년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흘러갔고, 위로는 하늘을 향해 하나님의 은혜와 심판이 맞닿아 있는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땅은 단순히 물리적인 영역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가 하나님의 섭리와 함께 실체로 살아있는 거룩한 공간이었다.
같은 땅, 같은 하늘이지만 그 속에는 너무나도 다른 의미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 그리고 하나님과 다른 민족들 간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수많은 세대가 이곳을 밟으며 각기 다른 이야기를 남겼고, 그들의 발자취는 그 곳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위로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와 심판, 기쁨과 눈물이 하늘에 새겨져 있었다. 그 하늘은 그냥 하늘이 아니었다. 그곳에 하나님이 그 백성과 함께 걸으신 발자취, 그들이 불순종할 때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심판의 흔적, 그러나 다시금 은혜의 비를 내리신 하나님의 눈물이 담겨 있었다.
이스라엘에선 역사가 공간 속에 어떻게 쌓여왔는지,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깊이 있게 녹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걸어온 그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말이다.
미시적인 내 일상에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 대사를 읽을 때 마치 중세의 문체를 사용하는 단어들, 그 시대의 설정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그 자체로 오늘을 환하게 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수천 년의 경험과 역사가 담겨 있음에도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하나님의 그 단어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손길을 새로이 알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매일 매일 만나는 한 사람, 매일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우리를 향해 불어오는 미시적인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를 하나님이 연단하시는 의미와 의식으로 보내신 손길임을 깨닫게 하는 것을 의미를 달리 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중동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다른 민족들과 함께 역사하셨고, 오늘도 우리 삶 속에서 같은 방식으로 역사하신다. 매일 마주하는 하늘과 땅, 그리고 매일 사용하는 듣는 우리의 언어 안에, 하나님의 흔적과 섭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단순한 삶의 연속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야기 속에 있는 우리의 장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우연이나 단순한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안에 있는 큰 이야기가 일어나는 것을 깨닫는다. 하나님께서 온 세상과 인간 역사에 걸쳐 이루시는 구원의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일상, 선택, 행동들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과정의 한 부분이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성경 속 이야기들—아브라함의 여정, 다윗의 왕국, 예수님의 사역—모두 하나님의 큰 계획 안에서 진행된 중요한 사건들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 속 사건들과 일상 속 작은 순간들 역시 하나님의 큰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가지며, 우리의 삶은 그 이야기에 참여하는 과정이다.
매일 살아가는 작은 행동들이나 선택들, 심지어 어려움과 고난조차도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일하고 계신 일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삶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과 구속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마음과 믿음이 있다면, 날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거룩하신 산 제물로 나를 드리는 영적 예배가 의미 있는 순간으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