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와 현숙의 블로그 맛집 방문 이야기
영수와 현숙 : 블로그 맛집 방문 이야기
오늘은 현숙과 오후 6시에 만나 태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다.
동남아 향신료에 거부감이 있는 영수는 지금까지 현숙을 만나며 한식과 일식을 주로 먹어왔는데, 지난번 만났을 때 다음번 만날 때는 이국적인 음식을 먹어보기로 하여 베트남 음식, 멕시코 음식 등을 거론하다가 블로그에 평이 특히 좋았던 태국 음식점을 가보기로 하였다.
식당에 가기 전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현숙을 만나 같이 이동하여 가기로 하여 영수는 카페에 먼저 가서 기다리며 자신이 정한 태국 음식점의 블로그 평을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음식 맛, 인테리어, 서비스 등에 대한 평이 극찬에 가까워 영수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더하고 있는데 현숙이 와서 앉으며 “늦지 않았지? 더우니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가자.” 한다.
영수가 주문하여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현숙이 “영수 씨, 오늘 가려는 식당은 이전에 가본 적 있어?” 하고 묻는다.
“아니, 내가 동남아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태국 음식점은 이 식당 아니라 어디에도 가본 적이 없어. 그런데 그동안 현숙 씨 만나면서 항상 한식당이나 일식당만 다녀서 오늘은 새로운 메뉴를 한번 시도해 보려고. 현숙 씨가 태국 음식점을 여러 번 가봤고 좋아한다고도 했고.” 영수는 오늘의 메뉴가 현숙을 배려했음을 은근히 강조한다.
“나는 태국 음식 좋아해. 그동안 영수 씨가 안 좋아해서 같이 안 간 거지. 오늘 영수 씨도 한번 먹어봐.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면도 많아서 먹어보면 좋아할 거야. 그런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식당을 블로그 평만 보고 가는 게 좀 믿음이 안 가긴 해.” 하며 영수와 함께 처음 가는 태국 음식점 방문에 기분 좋아하면서도 검증되지 않은 식당의 방문을 썩 내키지 않아 하는 반응도 보인다.
영수가 블로그를 검색하여 선택한 태국 음식점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입구 간판에 태국 글씨가 쓰여 있고, 안으로 들어서니 조명등과 테이블도 동남아풍인 데다 특히 내부에 야자수가 세 그루 있어서 마치 태국을 방문한 느낌이 많이 난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네. 작년에 여행 갔었던 베트남 분위기와 비슷해.” 하며 깨끗하고 화려한 색상의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영수가 마음에 들어 하자 현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하는 자리에 앉는다.
맛 집으로 유명세를 타서 외국인 방문이 많아서인지 메뉴는 한글과 영어로 되어 있고, 음식 사진도 메뉴마다 크고 화려하게 찍혀있어 안 먹어 봐도 느낌으로 맛을 알 것 같다.
“나는 태국 음식이 처음이니까 메뉴 선택은 경험이 있는 현숙 씨가 해줘.” 하고 영수는 메뉴판을 현숙에게 넘긴다.
“음, 태국 음식점에 처음 왔으니 우선 태국 대표 음식인 똠양꿍과 누구나 좋아할 팟 타이, 그리고 청경채 볶음을 먹어보자.” 현숙이 메뉴를 대충 넘겨보더니 익숙하게 세 가지 음식을 주문한다.
주문하고 난 후 밑반찬으로 가져다주는 무 피클과 테이블에 있는 여러 향신료 통을 살펴보고 있으니 가장 먼저 똠양꿍이 뜨거운 그릇에 담겨 나온다. “영수 씨, 이게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라는 똠양꿍이야. 태국어로 ‘똠’은 국, ‘양’은 맵고 새콤한 맛, ‘꿍’은 새우를 의미하니까 종합하면 ‘새우가 들어간 맵고 새콤한 맛이 나는 수프’라는 음식이야. 먼저 국물을 맛보고 새우도 건져서 먹어봐.” 하며 현숙이 안내를 한다.
영수는 바로 스푼으로 똠양꿍 국물을 크게 떠서 호호 불며 먹어보는데, 맛이 묘하다. 얘기들은 대로 맵고 새콤한데 우리나라 해산물 매운탕에 식초를 듬뿍 뿌렸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영수가 처음 접하는 맛에 조금 놀라 인상을 찌푸리자 “왜, 맛이 없어?” 하고 현숙이 묻는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신맛이 생각보다 강해서 조금 충격받았어.” 하고 영수는 다시 한번 국물을 떠먹어보는데, 첫술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역시 익숙한 맛이 아니다.
당황해하는 영수를 보고 현숙이 똠얌꿍 국물을 먹어보더니 “이 정도는 오히려 향신료가 세지 않은 편이야. 처음에는 맛이 낯선데 몇 번 먹어보면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나는 한두 달에 한 번은 일부러 태국 음식점을 찾아서 먹어.” 한다.
영수가 이번에는 새우를 건져서 먹어보니 그래도 국물보다는 먹기가 편하다. “새우는 싱싱하고 부드러워 맛있네.” 하는데 주문한 팟 타이와 청경채 볶음이 함께 나온다.
팟 타이는 영수가 베트남 여행 때 맛있게 먹었던 쌀국수 볶음면과 비슷하고 굴 소스에 볶은 청경채도 아삭아삭 식감이 좋고 맛있다.
“팟 타이는 똠양꿍 보다 먹기 편할 거야. 호불호가 거의 없는 맛이라서 흔히 팟 타이를 동남아 음식 입문자를 위한 음식이라고도 해.” 하는데 영수는 괜히 자기가 동남아 음식 초보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 든다.
“나는 처음이지만 현숙 씨는 태국 음식점에 여러 번 가서 먹어봤다고 했지. 이 식당 음식 맛이 어때?”
영수는 오늘 태국 음식점에 오는 계획과 이 식당의 선택을 자신이 하였기 때문에 오늘 저녁 식사의 맛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 현숙의 반응이 궁금하고 염려스러워 물어본다.
“응, 솔직히 말하면 보통 수준이야. 똠양꿍에는 향신료를 더 다양하고 넉넉하게 넣어야 보다 깊고 복합적인 맛이 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네. 팟 타이와 청경채 볶음이야 어디나 비슷한 맛을 내고 해서 사실 오늘 이 식당에 올 때는 똠양꿍에 큰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네.” 하며 영수의 기대와는 간격이 있는 대답을 한다.
“내가 검색해 본 블로그의 평에는 이 식당 음식 맛이 태국에서 먹어 본 것보다 더 맛있다고도 하던데 확실히 그 정도는 아닌가 보네.” 영수가 실망스러워하며 얘기하자
“블로그의 음식 평은 광고성이 대부분인데 그걸 그대로 다 믿으면 어떡해. 아까 영수 씨가 보여준 이 식당 블로그 글도 봤더니 밑에 해당 업체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이라고 적혀 있었어.” 하며 웃는다.
영수는 현숙의 대답을 들으며 오늘 이 식당의 선택은 현숙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고, 앞으로 태국 음식점을 다시 방문하더라도 똠양꿍은 되도록 주문을 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늘 이 식당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었어. 야자수도 보고 좋았어. 그리고 늘 먹던 음식 대신 새로운 메뉴를 경험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다른 나라 음식도 먹으러 가보자.” 영수가 미안해하며 현숙에게 얘기한다.
“그렇게 해. 나는 다른 나라 음식 먹으러 가는 거 좋아해.” 하고 현숙이 동의한다.
하지만 영수는 익숙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메뉴를 현숙과 함께 먹는 일은 앞으로 자제하여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