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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8. 2024

받아치는 여자 받아주는 여자 7

상철과 선희의 블로그 맛집 방문 이야기

상철과 선희 블로그 맛집 방문 이야기

       

오늘은 선희와 오후 6시에 만나 태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다. 

동남아 향신료에 거부감이 있는 상철은 지금까지 선희를 만나며 한식과 일식을 주로 먹어왔는데, 지난번 만났을 때 다음번 만날 때는 이국적인 음식을 먹어보기로 하여 베트남 음식, 멕시코 음식 등을 거론하다가 블로그에 평이 특히 좋았던 태국 음식점을 가보기로 하였다.     

식당에 가기 전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선희를 만나 같이 이동하여 가기로 하여 상철은 카페에 먼저 가서 기다리며 자신이 정한 태국 음식점의 블로그 평을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음식 맛, 인테리어, 서비스 등에 대한 평이 극찬에 가까워 상철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더하고 있는데 선희가 와서 앉으며 “늦지 않았지? 상철 씨, 배 많이 고파? 아니면 더우니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갔으면 좋겠어.” 한다. 

“아냐, 배 많이 안 고파. 커피 한잔 마시고 가도 좋아.” 하며 상철은 얼른 일어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상철이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선희가 “상철 씨 오늘 가려는 식당은  이전에 가본 적 있어?” 하고 묻는다.

“아니, 내가 동남아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태국 음식점은 이 식당 아니라 어디에도 가본 적이 없어. 그런데 그동안 선희 씨 만나면서 항상 한식당이나 일식당만 다녀서 오늘은 새로운 메뉴를 한번 시도해 보려고. 선희 씨가 태국 음식점을 여러 번 가봤고 좋아한다고도 했고.” 상철은 오늘의 메뉴가 선희를 배려했음을 은근히 강조한다. 

“나는 태국 음식 좋아해. 그동안 상철 씨가 안 좋아해서 같이 안 간 거지. 오늘 상철 씨도 한번 먹어봐.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면도 많아서 먹어보면 좋아할 거야. 상철 씨가 나를 위해서 태국 음식에 도전하는 것 같아서 고마워.” 하며 상철과 함께 처음 가는 태국 음식점 방문에 기분이 좋아 보인다.

     

상철이 블로그를 검색하여 선별한 태국 음식점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입구 간판에 태국 글씨가 쓰여 있고, 안으로 들어서니 조명등과 테이블도 동남아풍인 데다 특히 내부에 야자수가 세 그루 있어서 마치 태국을 방문한 느낌이 많이 난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네. 작년에 여행 갔었던 베트남 분위기와 비슷해.” 하며 깨끗하고 화려한 색상의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상철이 마음에 들어 하자 선희도 “정말, 태국 여행 온 거 같아.” 하며 실내를 둘러보며 안내하는 자리에 앉는다.    

맛 집으로 유명세를 타서 외국인 방문이 많아서인지 메뉴는 한글과 영어로 되어 있고, 음식 사진도 메뉴마다 크고 화려하게 찍혀있어 안 먹어 봐도 느낌으로 맛을 알 것 같다. 

“나는 태국 음식이 처음이니까 메뉴 선택은 경험이 있는 선희 씨가 해줘.” 하고 상철이 메뉴판을 선희에게 넘기니

“나는 몇 번 먹어봤으니 상철 씨가 먹어보고 싶은 거 고르는 게 좋을 거 같아. 사진이 크게 찍혀 있고 재료와 조리법이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메뉴판만 보고도 음식 맛을 짐작할 수 있겠는데.” 하며 선희가 메뉴판을 다시 상철에게 넘긴다.

“아냐, 그래도 직접 먹어본 선희 씨가 추천해 주는 게 좋겠어.” 하고 선희의 도움을 요청하자 ”음, 그러면 상철 씨가 오늘 태국 음식점에 처음 왔으니 우선 태국 대표 음식인 똠양꿍과 누구나 좋아할 팟 타이, 그리고 청경채 볶음을 먹어보는 게 어떨까” 하고 선희가 메뉴판을 다시 넘겨주며 상철의 동의를 구한다. 

상철이 선희의 추천에 따르겠다고 하자 선희는 세 가지 음식을 주문한다.  

주문하고 난 후 밑반찬으로 가져다주는 무 피클과 테이블에 있는 여러 향신료 통을 살펴보고 있으니 가장 먼저 똠양꿍이 뜨거운 그릇에 담겨 나온다. “상철 씨, 이게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라는 똠양꿍이야. 태국어로 ‘똠’은 국, ‘양’은 맵고 새콤한 맛, ‘꿍’은 새우를 의미하니까 종합하면 ‘새우가 들어간 맵고 새콤한 맛이 나는 수프’라는 음식이야. 먼저 국물을 맛보고 새우도 건져서 먹어봐.” 하며 선희가 안내를 한다.

상철은 바로 스푼으로 똠양꿍 국물을 크게 떠서 호호 불며 먹어보는데, 맛이 묘하다. 얘기 들은 대로 맵고 새콤한데 우리나라 해산물 매운탕에 식초를 듬뿍 뿌렸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상철이 처음 접하는 맛에 조금 놀라 인상을 찌푸리자 “왜, 맛이 없어? 처음 경험해 보는 맛이지. 내가 잘못시켰나?” 하며 선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아냐,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신맛이 생각보다 강해서 조금 충격받았어.” 하고 상철은 다시 한번 국물을 떠먹어보는데, 첫술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역시 익숙한 맛이 아니다.

당황해하는 상철을 보고 선희가 똠얌꿍 국물을 먹어보더니 “동남아 음식이 향신료가 익숙하지는 않긴 해. 그런데 처음에는 맛이 낯선데 몇 번 먹어보면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나는 한두 달에 한 번은 일부러 태국 음식점을 찾아서 먹어. 상철 씨도 오늘이 처음이라서 그런 거지 몇 번 더 먹어보면 좋아할 수도 있어.” 하며 상철의 반응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상철이 이번에는 새우를 건져서 먹어보니 그래도 국물보다는 먹기가 편하다. “새우는 싱싱하고 부드러워 맛있네.” 하는데 주문한 팟 타이와 청경채 볶음이 함께 나온다. 

팟 타이는 상철이 베트남 여행 때 맛있게 먹었던 쌀국수 볶음면과 비슷하고 굴 소스에 볶은 청경채도 아삭아삭 식감이 좋고 맛있다.

“팟 타이는 똠양꿍 보다 먹기 편할 거야. 호불호가 거의 없는 맛이라서 흔히 팟 타이를 동남아 음식 입문자를 위한 음식이라고도 해. 나도 친구와 태국 음식점 처음 왔을 때는 팟 타이를 가장 맛있게 먹었어.” 하며 선희 자신도 상철과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나는 처음이지만 현숙 씨는 태국 음식점에 여러 번 가서 먹어봤다고 했지. 이 식당 음식 맛이 어때?”    

상철은 오늘 태국 음식점에 오는 계획과 이 식당의 선택을 자신이 하였기 때문에 오늘 저녁 식사의 맛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 선희의 반응이 궁금하고 염려스러워 물어본다. 

“응, 맛있어. 그런데 다른 식당들과 비교를 한다면 똠양꿍에는 향신료를 더 다양하고 넉넉하게 넣어야 보다 깊고 복합적인 맛이 나서 그런 식당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식당은 맛이 좀 부드러운 편이야. 팟 타이와 청경채 볶음은 기대한 대로 맛이 있었어.” 선희가 똠양꿍과 팟 타이, 그리고 청경채 볶음을 먹으면서 만족스럽게 대답한다.

“내가 검색해 본 블로그의 평에는 이 식당 음식 맛이 태국에서 먹어 본 것보다 더 맛있다고도 하던데, 확실히 그 정도는 아닌가 보네.” 상철이 실망스러워하며 얘기하자

“아니야, 덜 자극적이어서 오히려 상철 씨처럼 태국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었던 거 같아. 나도 맛있게 먹었어. 그리고 오늘 이 식당은 인테리어가 마치 태국 여행을 온 것 같이 느껴져서 아주 좋았어. 나는 전반적으로 만족했어.” 하며 상철에게 고마워한다.       

“선희 씨가 좋았다니 다행이야. 늘 먹던 음식 대신 새로운 메뉴를 경험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네. 다음에는 멕시코 음식 먹으러 가볼까?” 하고 선희의 생각을 묻는다. 

“그렇게 해. 나는 멕시코 요리도 자주 먹어봤고 좋아해.” 하고 선희가 흔쾌히 동의한다.

“좋아. 그럼 다음에는 저녁에 멕시코 음식 먹기로 하자. 식당은 내가 알아서 정할게.” 상철은 식당 선택을 자신이 또 하겠다고 하며, 대신 멕시코 음식점은 블로그 검색을 더욱 철저히 한 후 멕시코 음식 맛을 잘 아는 친구와 먼저 방문하여 검증해 본 후 선희와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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