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꼭 필요해?
아쉽게도 내가 처음 읽은 책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냈다는 뿌듯함과, 내면이 무언가로 가득 차는 듯한 충만함이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 한 권을 시작으로, 서점에 가면 항상 제일 위에 전시된 베스트셀러들을 책의 종류와 상관없이 읽었다. 주마다 두 권씩 읽었고, 서른 권쯤 읽고 나서 다시 서점에 도착했을 때 내 안에 의문이 생겼다. '내가 왜 책을 읽고 있지?' 매번 한 권씩 읽어낼 때마다 뿌듯함은 느껴졌지만, 처음 느꼈던 그 가득 채워지는 충만함은 사라지고, 책 속의 글자들을 읽으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허영심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은 책을 사지 않고 집에 갔다.
그 뒤로 며칠 동안은 책을 읽지 않았다. 책을 읽던 시간에는 책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에서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성공한 사람들이 왜 책을 읽는지, 독서가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내용들은 하나같이 공통된 이야기를 했다. '독서는 좋다.' 나도 물론 독서가 좋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선생님과 부모님의 교육을 통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독서를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독서에서 느꼈다는 것이 나에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책을 읽었다는 성취감만 있었을 뿐, 그것이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거나 내가 더 발전적인 사람이 되었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단점을 적기 시작했다.
1.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독서는 영상을 보거나 듣는 것보다 직접 글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2.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줄어든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시간이 줄어들었고, 가끔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했다.
3. 죄책감이 늘어난다.
책에서는 성공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위대한 인물들이 이 행동을 통해 성공했다는 사례를 자주 소개한다. 하지만 내 일상은 책에서 제시하는 방식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죄책감을 느끼며 마치 실패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단점들을 적어보니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내가 하고 있던 것은 '독서'가 아니라 그저 글자를 많이 읽는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독서하는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