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나윤 Nov 01. 2024

조금 요란한 출국 준비썰 : 파리 가기 싫어진 사연

2달 동안 공연 4회 + 자격증 시험 해치우기

벼락치기 출국준비


출국 거부반응

희미해진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그 시절 끄적인 글을 찾아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나... 파리 가기 싫어했었네...?!' 그랬다. 새까맣게 고 있었다. 홧김에 무작정 어학연수를 지르긴 했는데, 나는 출국하는 그날까지 설렘이란 걸 느껴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출국 준비로 요란을 떠느라 설렐 겨를이 없었다. 출국 직전까지 약 두 달 동안 살인적인 스케줄을 강행하느라 파리는 안중에도 없었으며, 멀리 떠날 체력도, 떠나고 싶은 욕망마저도 모두 바닥나고 말았다. 란한 출국 준비 과정에서 도파민이 풀충전되자 간사한 마음이 출국을 코 앞에 두고 변덕을 부린 것이다. 짐도 하나도 못 쌌는데, 이제 가만히 좀 쉬고 싶은데, 프랑스까지 가야 한다니,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송별모임 돌서도 나는 가기 싫어 죽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다. 막상 가면 분명히 좋아할 거라, 나보다 더 설레하는  야기 등 떠밀리듯 비행기에 올라탔다. 

출국 D-6, 출국 거부반응 발생 보고


벼락치기 인생 최대 위기, 이게 될까...? 

< 출국 준비 체크리스트 >

□ 학생비자 신청 (ASAP)
□ 스쿠버다이빙 투어 (D-59)
□ 댄스 공연 (D-49)
□ 합창 공연 (D-26)
□ 자격증 시험 (D-20)
□ 밴드 공연 (D-14)
□ 연극 공연 (D-6)
□ 마지막 출근(D-1)
□ 출국 예정일 (D-day)

충동적으로 파리행을 결정한 대가로 나는 벼락치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나에게는 집 구하기, 짐 싸기 따위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보다 더 급한 불이 있었으니, 그동안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온 취미 활동들을 출국 전까지 모두 마무리할 책임이 남아있었다.  동하던 댄스 동호회와 합창단의 공연 날짜, 그리고 오래전 거금을 기부하여 어쩔 수 없이 응시해야 하는 자격증 시험 날짜가 동시에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공연일정이 잡히지 않은 밴드와 극단에도 서둘러 나의 파리행을 알리고 각각 출국 직직전주, 직전주로 연날짜를 끼워 맞췄다. 그리하여 나는 두 달 동안 매일 왕복 3시간 출퇴근을 하면서 자격증 시험 하나와 공연 네 탕 준비하는 극한의 벼락치기를 강행하게 된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파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조금 특별고 유난스러운 서울에서의 출국 준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심한 회사병 앓으며 처절하게 발버둥 치다 급기야 나를 파리로 내던져버린, 그 위태로웠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출국 대략 한 달 전 나태방지용 D-day 위젯


출국 준비의 서막 :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비자와의 전쟁

촉박한 출국 일정로 인해 파리행 결정과 동시에 곧바로 비자와의 전쟁이 시작. 작 몇 달 어학연수 가는데 2,000자 분량의 학업동기서 포함한 별의별 서류, 그리고 2번의 면접 필요했다. 문제 커트라인 50점에 딱 50점, 최고의 가성비로 득한 프랑스어 자격증 덕분에 면접을 프랑스어로 본다는 것이었다.  말하기가 거의 과락 수준이었던 나는 접관이 뭐라 질문하든  내 할 말만 , 당당한 동문서답 전략을 택했다. 학업동기서 2,000자를 굳이 프랑스어로 쓴 후 달달 외우면 될 일이었다. '그냥 몇 달 프랑스어 배우러 감'을 주제로 장문의 프랑스어 소설을 짓는 창작의 고통, 살인적인 스케줄을 마치고 자정에 리던 프랑스어 수업, 면접 본다고 두 번이나 쓴 연차, 찍이 파리행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


1차 면접 날의 기록 : 오전 출근 - 오후 비자 면접 - 자격증 시험 공부
2차 면접 날의 기록 : 아침 비자 면접 - 오후 출근- 연극 공연 리허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퇴사 직전, 우주가 나를 파리로 부른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