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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슘 Oct 07. 2024

살은 나만 찌지

 저희 식구들은 다들 말랐습니다. 좋은 말로 하면 '날씬하다'라고 하죠.


 그런데 저는 그들과 라인이 달라요. 뼈대 자체가 다르다고 할까요? 타고나길 용가리통뼈예요. 그리고 아이들을 어깨로 낳았는지 점점 어깨가 넓어져요. 그러니 같이 있으면 얼마나 커 보이겠어요.


 신기한 건 식구들은 정말 잘 먹어요. 조금씩 자주 먹는 스타일들이라 먹는 총량으로 보면 분명히 저보다 많이 먹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살은 저만 쪄요. 마치 모든 음식을 저 혼자 먹는 것처럼 먹는 족족 저만 쪄요. 아~ 스트레스!


 저는 최근에 늦둥이를 낳았어요. 그래서 20kg이 넘게 쪘어요. 그리고 아직 임신 전보다 10kg 정도가 더 쪄 있는 상태예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안 빠져요. 정말 사랑에 빠진 애인 마냥 살이 곁에서 안 떨어져요. 이 살들이 딱 달라붙어서는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아니! 다른 사람들은 잘만 빼는데 왜 저만!! 왜 제 살들만!!! 밖에 나가면 다른 아기 엄마들은 다들 날씬해요. 살은 저만 쪄있어요. 비교를 안 할래 안 할 수가 없어요.


 큰 아이들이게 살찐 엄마라 안 부끄럽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답해요. 살찐 것 아니라고, 그러면서 혹시 뱃속에 동생이 또 있냐고 물어요. 치사한 아이들. 


 암튼, 여기저기 둘러보면 살찐 사람은 저뿐인 것 같은 생각에 너무나 속상할 때가 있어요. 마치 스스로가 너무 무능해 보인다고 할까요? 아님, 너무 게으르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게 아닌데.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


 아마 결과가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게 참 나쁜 것 같아요. 비교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받으니 먹게 되고, 먹으니까 살이 안 빠지고, 안 빠지니 또 스트레스받고, 무슨 물레방아 도는 것처럼 빙글빙글 반복적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거죠.


 일상에서도 그런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만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것 같고, 나만 게으르게 사는 것 같고, 나만 뒤처져 있는 것 같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너무나 잘 살아요. 다들 다이어트도 성공하고, 운동해서 복근도 만들고, 거기다 돈도 너무 잘 벌어요. 나를 제외하고 다들 너무 잘 해내고 있는 거죠.


 하지만 진짜 다이어트는 내 몸에 맞는 방법으로 건강하게 해야 문제가 안 생기잖아요. 그리고 그 방법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요.


 다른 일들도 그래요. 뭔가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근육도 만들고, 돈도 벌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 보고 할 시간이 필요해요. 나에게 어떤 방법이 맞는 것일지 찾을 때까지는 경험해 보고 실패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이럴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면 잘 되던 것도 안 되는 것 같단 말이죠. 뭔가 급하게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아요. 내 몸은 매일매일 눈에 보이게 살이 빠져야 할 것 같아요. 복근도 훅 생기고, 돈도 촤르르 들어오고, 그래야 성공하는 것 같단 말이에요.


 물론, 결과는 안 그래요. 느려요. 천천히 티도 안 나게 조금씩 빠지다가 그게 쌓이고 쌓여 서야 티가 난 단 말이죠.


 이렇게 티가 날 때까지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다이어트’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그들이 그럴 것이라고 여기는 그 시선으로부터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참 넘쳐나는 살들 같아요.


 타인의 시선으로 스트레스받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비록 다른 사람들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더라도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하는 다이어트가 성공하기 위해서! 우선 식구들과 비교하는 것부터 버려야겠어요. 그래! 우리 집 덩치 왕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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