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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슘 Oct 07. 2024

MSG


 저는 요리를 할 때 MSG를 사용합니다. MSG가 빠진 저의 음식은... 어후...


 MSG를 사용하면 빠졌던 2%가 채워져 음식의 맛이 깊어집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 MSG가 들어간 음식이 진짜 제 솜씨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뭐 어때 싶다가도 가끔씩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의 생활에서 MSG는 너무 많습니다. 꾸안꾸의 옷차림, 안 한 듯한 화장, 무심한 듯 툭 걸친 포인트 가방 등. 트레이닝복도 그냥 걸친 듯해도 옷에 맞는 운동화나 양말의 색깔을 은근히 신경 쓰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 20대의 저는 '화장해서 이쁜 건 진짜 이쁜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화장을 못 하는 똥 손을 가진 사람이라 은근한 질투심에 한 말이 아닐까 싶지만 그땐 그랬어요.


 지금이요? 지금은 화장해서 이쁜 얼굴도 이쁜 겁니다. 명백히 이쁜 겁니다. 아무리 화장을 해도 예뻐 보이지 않는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화장을 한다고 다 예뻐 보이는 것이 아니란 것을요.


 신혼 초에 요리는 '천연재료'의 '천연의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해도 맛이... 없어요. 심지어 제가 만들었는데 제가 못 먹을 맛이 나요. 분명히 좋은 재료를 썼는데도 말이죠. 그런데도 조미료를 쓰는 자신은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스트레스는 엄청 받아하는 거죠. 식사 시간만 되면 도망가고 싶었어요. 아는 요리도 없는데 만드는 요리는 맛이 없으니 오죽했겠어요.


 지금은 처음에도 말했지만 전 MSG를 씁니다. 신기한 것은 MSG를 사용하고 오히려 MSG 없이 요리의 맛을 내는 음식이 늘었다는 겁니다. 비법은 저도 몰라요. 그냥 그렇게 됐어요. 아마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한때 MSG를 사용하면 잘못인 것 같은 생각들을 할 때가 있었어요. 마치 전신 성형이나 가면처럼 '진짜'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진짜' 음식의 맛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MSG는 맛의 2%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없던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에요. 약간의 화장이나 툭 걸친 액세서리가 실제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돕는 거지. 


 MSG가 나쁘다는 인식이 어쩌면 우리의 요리 솜씨 발휘의 '기회'를 뺏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음식을 만들 때의 자신감, 외부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로움, 툭 걸친 가방이 주는 완성됨의 기분은 편하게 누려도 되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타고난 맛과 멋을 내는 천연재료들로 가득하지만 천연재료가 아니면 또 어때요. 2%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자신만의 MSG가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자신이 사용하는 MSG에 더 이상은 불편한 마음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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