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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forme Oct 13. 2024

항상 맘 속에 품고 있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결혼 11년 만에 얻은 유방암은 나의 모든 삶을 바꿔 버렸다.



13년 전, 그러니까 결혼하기 1년 전이다. 어느 날부터 가슴에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가끔  느껴졌다. 난 평소 병원 갈 일이 없는 건강한 30대 초반이었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슴에서 멍울이 느껴졌다. 한 번은 가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지나쳤다.


그러다 어느 날 감기에 걸렸는데 한 달 가까이 폐병 환자처럼 심하게 기침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피까지 나오게 되어 동네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게 되었다. 간 김에 유방외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동시에 진료를 보게 되었다. 다행히 기침은 심각한 건 아니어서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이었다. 그 다음 유방외과를 방문하여 초음파 검사를 하고 진료를 보는데 의사 선생님이 혹이 4개 정도 보인다고 했다. 그 중 큰 건 2cm 정도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조직 검사를 하면서 수술로 떼어 내자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수술이었다.


그때부터 난 불안하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악성이면 어떡할까" 걱정이 되었다.

이제 막 30대가 되었는데 말이다. 수술을 하고 입원하여 상처부위를 치료하고 이틀 만에 퇴원하게 되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섬유선종'이라는 양성 종양이었다. 아직도 가슴 안에는 여러 개의 혹이 있었다. 큰 것만 제거한 것이다. 그때부터 항상 불안 속에 살게 된 것 같다.  2년 후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혹이 커져 있었다. 1.5cm 정도가 되었는데 수술하면서 조직 검사를 하자고 했다. 왼쪽 가슴에만 흉터가 두 군데나 생긴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섬유선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수술하지 않고 추적 관찰하면 되는 것을 수술로 유도한 것 같다.


그 이후에는 결혼하면서 병원을 가보지 못하고 살았다. 결혼하자마자 힘들게 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며 하루하루 보낸 것 같다. 그리고 결혼하자마자 매주 주말을 풀로 시댁에서 보냈기 때문에 병원 갈 시간도 없었다.  




다시 검사를 생각하게 된 건 첫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가슴 마사지를 하면서였다. 마사지해주시는 분과 섬유 선종이 있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병원을 소개해 주셨다. 여기로 가보라고 알려주시게 되어 그것도 나중에 가보게 되었다. 아이를 낳았으니 바쁜 날이 계속이었고 불안하면서도 가보기가 무서웠던 것 같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난 후 방문하게 된 유방외과.....

연세가 있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은 직접 초음파를 하시고 진료를 보기 때문에 한 명 진료 보는데 30분 이상은 걸리는 것 같았다.


너무너무 아픈 유방촬영을 하고 초음파를 하기 위해 누웠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초음파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저기 기계로 눌러 보시면서 한숨을 쉬신다. 이 한숨은 10여 년 동안 매번 들어야 했다.

결혼 전 4개의 혹은 수술해서 2개를 없앤 상태였는데 결혼 후 몇 년 사이 난 수십 개가 생겨 있었다. 너무 많아서 세어 보지도 못한 것 같다. 기계를 대는 곳마다 선종이 있었고 크기도 다양했다. 어떤 건 완두콩처럼 길게 모여있기도 했다. 다행히 모양이 괜찮아서 추척 관찰만 했다.


진료실로 돌아와 물어보신다.

  

"평소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 "

"잠을 잘 자나요?  "

"운동은 하고 있어요? 근력 운동 같은 거 "


이 질문은 10년 넘게 매번 이어졌다.

하지만 난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혼 후 스트레스는 심해졌고,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회사에서도 병행이 힘들어 스트레스였다. 둘째는 꼭 엄마와 자야 했다. 운동은... 숨쉬기가 다였다.


그렇게 매번 6개월마다, 때로는 가기 싫어서 미루다가 1년마다 가보게 되었다.

그 사이 혹은 작아지기도 하고 커지기도 했고  혹의 개수는 계속 계속 늘어난 것 같다.


" 혹이 없어지거나 작아질 수도 있나요?"

" 그렇죠 몸 상태나 스트레스에 따라 작아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작아지길 기대하고 가면 커져만 있었고 어느 순간 혹이 하도 많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더 안일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항상 묻는 질문 3가지....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는 수면, 스트레스, 운동이 중요한 것인지 암에 걸리고 나서 깨달았다.  어느 병원에서나 물어보는 3가지이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3가지에 답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나 싶었다. 왜 매번 물어볼까 싶었는데 아프고 나니 그게 제일 중요했다.


정말 한 번도 검사하면서 선생님은 한숨을 안 쉰 적이 없었고 저 같은 경우가 있냐고 하니 흔치 않다고 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한 군데에서 정기검진을 하게 되었다. 가끔씩 크기가 커진 혹은 맘모톰으로 조직건사를 했고 매번 양성으로 나왔다.




그 사이 난 살도 많이 찌고는 빠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다이어트 약을 먹으며 나름 저녁을 줄이고 조금의 운동을 했고 거의 몇 달에 1키로 겨우 빠지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휴가 때부터 아니, 그전부터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하고 낮에도 피곤했다. 그래서 직원과도 요즘 너무 피곤하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또 정기 검진의 시기가 왔지만 몇 달을 미루고 있었다. 미루고 미루다 8월 중순 방문하게 되었다. 역시나 유방촬영은 너무나 아팠다. 초음파까지 하고 진료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여기 엑스레이 보면 미세석회화가 보이고 있어요. 그전에는 없던 건데 이렇게 모양이 동그란 건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고 여기 보면 흩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게 의심소견입니다. 이 부분을 조직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10여 년 그래도 열심히는 아니라도 꾸준히 다녔는데 미세석회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직도 실감도 안 나고 별거 아니겠지 싶었다. 그리고 다시 초음파를 하며 조직검사를 했다. 결과는 일주일 후 알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주일을 보낸 것 같다. 요즘 그래도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줄이며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내 생일 하루 전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상피내암이에요. 0기니까 항암 방사도 안 할 거고 부분수술만 하면 될 거예요."

" 암이라고요?"

" 빨리 상급병원으로 예약 잡고 수술 잡아요"


실감 나지 않는 얘기를 가볍게 말씀하신다. 예전 수술처럼 수술만 하면 끝이라는 듯.....

회사에서 받게 된 전화였다. 어리둥절했고 내가 왜 피곤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회사는 작은 회사라서 자주 빠지는 것도 힘들고 나를 대체해서 일해줄 사람도 없었다. 마침 다른 기사님도 관둔다 하여 문제가 생겨 회사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나까지.....

그리고 남편도 실직 후  새로운 일을 배우느라 정신도 없고 스트레스도 받고 있었다. 저녁에 친정 엄마에게 얘기했고 신랑을 불러서 얘기를 했다. 항암 방사는 안 해도 된다고 수술만 하는 0기라고 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 안 한 것 같다.


다음 날 나의 생일날이었고 저녁에 아이들과 친정 엄마, 그리고 남편과 생일 케익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평소 잘 울지 않는 내가 눈물이 났다. 엄마와 함께 눈물이 났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했다. 평소 눈물 안 보이는 엄마가 눈물을 보이니까. 그렇게 눈물의 생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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