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안국역, 용산의 관저 주변에서 펼쳐진 시민들의 행동은 현대 민주주의의 새로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윤석열의 체포나 실질적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항의가 아닌, 조속한 정의 구현을 촉구하는 강렬한 외침이다.
오늘날의 집회는 단지 물리적 공간에서의 외침을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도 함께 전개되는 독특한 혼종성(이질적 문화가 섞여 새로운 현상의 탄생)을 지닌다. 과거 광장에서 목소리가 권력의 벽에 부딪혀 사라지기도 했던 반면, 오늘날의 움직임은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해 더 넓은 범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집회의 형태가 시대와 기술의 변화를 반영하며, 더욱더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광장은 물리적 광장의 확장이자, 새로운 감각과 표현의 장으로 기능한다.
각각의 깃발과 팬덤의 응원봉은 개별적 특성을 보이고 있지만, 광장에서 하나의 동맹으로 결집하는 과정은 랑시에르가 말한 ‘감각의 분할’ 재구성을 실현한다. 이는 개별적 차이와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통된 정치적 목표 아래 집합적 주체로 변모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오늘날 시민들의 행동은 단일한 상징이나 구호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즉각적 체포’와 ‘국힘 해산’이라는 명확한 방향성과 지향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울타리에 감겨있는 게 아닌, 본질을 해석하며 권력에 맞서는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가 어느 만큼의 기폭제인지를 표명한다.
팬덤과 집회의 융합은 전통적인 정치적 행위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있다. 랑시에르의 사유에서 ‘감각의 정치’란 기존의 위계적 질서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과정이다.
각자의 응원봉과 깃발은 도구성을 넘어, 새로운 감각적 지형을 만드는 정치적 상징으로 변모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개별적 분노와 열망을 구체화하면서도 광장에서 하나의 리듬과 목소리를 형성해 나간다. 이 과정은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연대의 감각을 창조하며, 기존의 정치적 위계질서를 흔드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재의 집회가 ‘즉각적 체포’와 ‘국힘 해산’이라는 정치적 요구로 갱신되는 현상은 민주주의의 지속적 재구성과 긴밀히 연결된다. 기존의 정치 구조가 시민들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개별성과 연대가 결합하여 단일한 동맹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일회적 항의가 아닌, 시기마다 정치적 쟁점을 제시하는 주체의 탄생을 의미한다.
랑시에르가 강조한 것처럼, 감각의 분할이 재구성되면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내고, 정치적 목소리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이는 현재의 집회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갱신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자 ‘감각의 재창조’랄 수 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시민사회가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을 보여준다. 그들의 행동은 소극적 청원이 아닌, 적극적 참여의 의지를 담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을 에워싼 행동은 시급하게 심판되어야 할 세력을 단호하게 응징하려는 액션이다.
12월 21일 광화문에 집결한 시민들. 사진=한겨레신문
과거 군부 독재에 맞섰던 광장의 투쟁과 비교하면, 오늘날의 움직임은 더욱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권력의 중심을 겨냥한다. 이는 시민사회가 정치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2017년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촛불집회는 평화롭고 대중적인 참여 형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단일한 목표인 ‘박근혜 퇴진과 탄핵’을 중심으로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었다. 당시 시민들은 가족 단위로 주말마다 광장에 모여 비폭력적이고 질서 있는 시위를 통해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2024년 집회의 특징은 개별적 분노와 좌절이 터져 나오며, 이를 광장에서 동맹적 행동의 형식으로 결집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시민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경험한 불공정과 부조리를 광장으로 가져와, 공통의 요구와 연대를 통해 집단적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시민들 스스로 동맹적 연대를 형성하며, 정치적 책임과 정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각자의 고유한 경험이 집회의 동력을 구성하는 동시에,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하는 다양성이다.
시민의 움직임은 기존의 집회 양식을 넘어 더 유연하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시민사회의 복합성을 반영하며, 민주주의가 계속해서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과 아울러 결정적인 시기에 분출의 척도를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 피로감과 정치적 양극화가 얽힌 현 상황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대규모 단일 집회뿐만 아니라 다층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민주주의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집회의 형태와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장의 외침은 이제 디지털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움직임으로 변모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당장 체포해야 한다는 직설과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에 속전속결을 요구하며, 정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작금의 움직임은 권력 교체를 넘어 구조적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시민 행동은 권력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으며, 또한 민주주의의 정체나 퇴행을 용납하거나 방조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치가 지속해서 갱신되어야 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들이다.
광화문과 안국역, 그리고 용산에서의 목소리는 모두 민주주의의 깊이를 더하고 폭을 넓히는 시도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시민들의 힘은 현대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변화된 집회의 양상은 시대적 감각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는 시민들이 요구를 외치는 분할된 존재자가 아니라, 스스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행위자임을 증명한다. 우리가 광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은 과거의 소극적 관찰자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쓰는 적극적 주체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