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란 동조: 작금의 정치적 중립과 행정의 실책
구미시가 12월 25일 예정되었던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를 전격 취소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정치적 행위로 오인될 가능성’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행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함의를 띤 조치로 보인다.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잣대에 의해 훼손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란죄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의 탄핵 인용 여부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중대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승환은 오랜 세월 동안 대중음악을 통해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노래하며, 사회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은 예술가다. 그의 음악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대중의 현실을 반영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구미시는 그의 공연을 특정 정치 세력에 연관 지은 듯, 정치적 이념의 프레임에 가두었다. 이는 예술과 정치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며 자유로운 문화 활동을 정치적 굴레 속에 가둔 행위라 할 수 있다.
구미시가 공연을 앞둔 이승환에게 ‘정치적 행위 금지 서약서’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예술 활동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예술가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로, 공연 자체를 정치적 맥락으로 왜곡한 행정의 편협성을 드러냈다.
예술은 특정한 정치적 이념에 예속되지 않고 사회적 공감과 치유를 촉진하는 순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서약서 요구는 행정이 예술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유로운 창작 활동의 공간을 위축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예술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자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이렇듯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구미시장의 정치적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탄핵 논란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내란 방조 세력에 동조한다는 인식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행위로 귀결되는 셈이다.
예술은 정치적 논쟁을 초월하여 사회적 치유와 공감을 끌어내는 힘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취소 건은 문화 예술의 순수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정치적 계산 속에 그 자유를 희생시켰음을 보여준다. 행정이 예술을 도구화할 때 발생하는 본질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구미시의 결정은 행정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공공의 신뢰는 진정성에서 비롯되며, 투명한 행정 절차와 대중과의 진솔한 소통으로 형성된다. 전석 매진은 대중이 이승환의 공연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가치를 선택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구미시가 일부 세력의 과잉 반응에 읍소하며 공연을 취소한 결정은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다수의 시민 의사를 외면하고 소수의 반발에 굴복함으로써, 행정이 공공의 신뢰와 예술의 순수성을 훼손한 사례로 남았다.
내란죄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논란 속에서 구미시의 결정은 내란을 방조하거나 특정 세력을 두둔한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다. 이는 행정 실책을 넘어, 공공 행사가 정치적 의도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문화와 민주주의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 예술이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행정이 이를 방조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시민들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문화적 자유를 동시에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구미시는 단순히 행정적 실수로 이번 사건을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로써 예술과 정치의 건강한 관계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구미시는 진솔한 소통과 책임 있는 행정을 통해 시민들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문화는 사회를 치유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구미시는 이번 사건을 통해 행정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이 아닌, 공공의 이익과 예술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마련할 때,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벌어진 행정은 예술을 정치적 잣대로 평가할 때 초래될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경고하는 사례다. 예술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행정이 오히려 이를 훼손하며 지역 사회의 신뢰를 잃은 행위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구미시는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문화와 행정의 역할을 재정립하며,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공공 행사를 투명하게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비단 제도적 개선이 아니라, 행정이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며 시민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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