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뷰] 다르덴 형제, 인간과 사회를 마주하기
장 피에르 다르덴(1951~)과 뤽 다르덴(1954~), 두 형제의 영화는 현실의 맨살을 투박하거나 영글게 드러낸다. 그들은 광활한 풍경을 담지 않는다. 대신 벨기에 도시 세랑의 좁고 거친 골목길, 또는 공장의 소음과 한숨으로 가득 찬 공기를 택한다.
형제는 카메라를 조작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인물과 숨을 같이 쉬고 걸음을 맞춘다. 제한적인 프레임 안에 있지만, 인물들은 우리 곁의 사람들처럼 가깝다. 그들의 눈물, 분노, 희망이 피부에 와닿는 듯하다.
<로제타>(Rosetta, 1999)에서 실업에 내몰린 청춘의 절박함은 벼랑 끝의 외침 같다. 화면은 그녀의 신체와 뒤엉키고, 관객은 그녀의 숨소리를 듣는다. 다르덴 형제는 여기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인물은 불투명한 존재여야 한다." 이들의 말처럼, 우리는 그녀의 표정 이면에서 흐르는 내면의 이야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이야말로 진짜 삶이다.
<자전거 탄 소년>(The Kid with a Bike, 2012)에서 보여주는 것은 구원 서사가 아니다. 소년은 자전거를 쫓지만, 사실 그가 찾는 것은 자전거 너머의 부모, 그리고 자신을 받아줄 누군가다. 형제 감독은 소년의 몸짓 속에서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사랑과 연결을 엿보도록 한다. 소년의 작은 몸짓들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가슴에 묵직한 돌을 남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갈등을 우격다짐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이 화면을 관통하게 한다. <더 차일드>(The Childe, 2005)에서는 출산과 동시에 아이를 내던지는 부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물들은 해답을 찾지 않는다.
다르덴 형제는 이들의 잘못된 선택을 도덕적 시선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우리에게 선택의 이유를 짚어보도록 기회를 나누어준다. "탈출구를 찾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찾는 일이다." 그들의 철학이 이 영화 안에 스며 있다.
영화의 리듬은 늘 살아 있다. 핸드헬드 카메라는 흔들리며 인물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른다. 이는 계획된 연출이 아니라 순간의 생명력을 담으려는 시도다.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 2015)에서 마리옹 코티야르의 피로한 얼굴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녀의 고단한 걸음과 흔들리는 어깨는 모든 이야기를 말해준다. 주인공은 해고와 복직의 갈림길에 선다. 동료와의 관계는 뿌듯하거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관객은 그 몸짓을 따라가며 그녀의 아픔을 공유하게 된다.
다르덴 형제는 비전문 배우들을 자주 기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시도는, 인물들이 배우라는 껍질이나 정형성을 벗어버리고 진짜 사람으로 스크린에 존재하기를 의도하는 바이다. 또한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장치다. "관객은 스크린의 몸체 속으로 들어간다." 형제의 이 말처럼, 우리는 배우의 얼굴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의 영화가 겉으로는 단순한 서사의 전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인간 심리가 숨어 있다. <토리와 로키타>(Tori and Lokita, 2022)에서 두 아이는 서로의 유일한 가족이다. 난민의 굴레에서 누나와 남동생은 손을 잡고 도망치는 장면은, 사랑과 생존의 긴박함을 동시다발적으로 그려낸다. 이들이 손을 놓을 수 없는 절박함은 우리의 가슴을 저민다.
"제약 없는 영화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형제는 환경의 제약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화면의 생명력으로 전환한다. 이는 인물들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발버둥 치는 모습을 극대화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현실이다.
다르덴 형제의 리얼리즘은 교훈이나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는,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말 대신 몸짓과 침묵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그 삶이 드러낼 수 있는 것만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켄 로치의 사회적 교조주의, 미하엘 하네케의 이론적 접근, 마이크 리의 일화적 서사를 모두 넘어서는 다르덴 형제만의 세계다. 정말 몇 개의 작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평단의 확언인 셈이다. 그들의 영화는 진실 주의와 정신주의가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이는 사실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으며, 인간의 깊이를 꿰뚫는 시대의 애잔한 시선이다.
<로제타>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다르덴 형제의 작품들은 현대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인물의 눈을 통해 관객에게 손을 내밀고, 관객은 그 악수를 받아들이며 스크린 속 세계로 들어간다. 이는 단순한 감상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며, 인간의 본질을 마주하는 예술적 숨쉬기이다.
다르덴 형제의 작품은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연대의 가능성을 직시하게 만든다. 실업, 빈곤, 이민자 문제 등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회적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사회적 변화와 정의에 관심 있는 사람들, 인간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형제의 영화에서 우리는 관객이 아닌, 스크린 속 인물과 숨 쉬며 고민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