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감성 느좋
오늘의 여행지는 스톡홀름이다. 이렇게 도시와 나라를 자주 바꾼 적은 처음이라, 부루마블 하는 기분도 들고 재밌는 것 같다. 아침에 푹 자고 8시 넘어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9시쯤 집을 나섰다. 아침에 먹을 게 없어 근처 카페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로 가 언니는 오렌지가 올라간 패스츄리를, 나는 스웨덴에서 유명하다는 시나몬롤을, 그리고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다. 오렌지가 올라간 빵의 풀네임은 스파이스 오렌지 빵이었는데, 오렌지 밑에 푸딩과 치즈 사이의 동그란 게 있었는데 펌킨 스파이스 같은 스파이스 맛이 났다. 오렌지의 달달 상큼한 맛과 잘 어울렸다. 시나몬롤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달랐는데, 시나몬 향이 생각보다 약했지만 너무 달지 않아 맛있었다. 스웨덴은 커피도 유명하다고 하던데, 카푸치노가 예술이었다. 따숩고 고소하고 진하게 맛있었다. 최근에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따숩게 아침을 먹고 향한 곳은 스웨덴 시청이다.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우리는 내부 투어를 신청하지는 않고 외관만 구경했다. 구경을 하고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물이 나왔다. 아직도 강인지 바다인지 의문인 물 건너로 구시가지인 감라스탄의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역시 물과 예쁜 건물의 조화는 늘 옳은 것 같다. 앞에는 시청사, 뒤로는 물과 구시가지가 있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고 사진도 찍고 감라스탄으로 넘어갔다.
뜬금없지만, 스웨덴어는 참 신기한 것 같다. 지금까지 들어본 언어 중 가장 낯설다고 해야 될까? 노르웨이는 친구가 있어 그나마 익숙했던 것 같은데, 스웨덴어는 정말 살면서 처음 듣는 것 같다. 노르말름, 쇠데르말름처럼 통일성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감라스탄처럼 갑자기 중동 분위기의 지명이 등장하고, 또 인사는 헤이(헤이 헤이)로 귀여우면서 친근하게 하는 신기한 언어인 것 같다.
감라스탄에 도착해서는 리다르홀멘이라는 예쁜 교회부터 구경했다. 교회와 성당을 너무 많이 간 것 같아 내부 입장은 패스하고 예쁜 외관을 구경했다. 그러고는 중심 거리로 향했다. 기념품 가게와 식당, 그리고 소품이나 옷 가게들이 몰려 있었다. 구시가지라 그런지 유명한 옷가게는 없었지만, 그래서 더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언니가 마그넷 모으는 게 취미라 마그넷 하나 사고, 나는 엽서만 하나 골랐다. 거리 곳곳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찍던 중 어떤 스웨덴 남학생이 다가와서 “Can I be in your photo?”라고 장난쳤다. 그때는 당황해서 웃으며 끝냈지만, 다음에는 “Come in”이라고 답할 수 있는 능글맞음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여기에 스톡홀름에서 가장 좁은 골목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정말 좁은 골목이 끝이라 들어가지는 않고 구경만 했다. 그러고는 Boy watching the moon이라는 동상을 구경하러 갔는데, 생각보다도 더 작아서 귀여웠다. 또 딴 길로 빠지자면, 스톡홀름의 국기 색이 참 예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색들이라 그런지 노란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좋은 것 같다. 이 미니 동상도 국기 색이 들어간 목도리를 하고 있어 더 깜찍했다.
스톡홀름 하면 생각나는 알록달록하고 예쁜 건물들을 볼 수 있는 광장도 갔다가 성당도 갔다. 왕궁 쪽으로도 가봤는데, 내부 입장에 대해서는 리뷰가 그렇게 좋지 않아 패스했다.
스톡홀름은 동네와 동네 사이에 물길이 있는데, 그래서 연결하는 다리도 많다. 우리는 스웨덴 의회 쪽에 있는 다리로 가 스웨덴 의회도 구경했다. 외관만 봤을 때는 오히려 왕궁보다 예쁠 정도로 깔끔하고 붉은 건물이 인상 깊었다.
다리를 건너 노르말름으로 넘어가 관광을 이어갔다. 도심 속에 정원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예쁜 스케이트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눈과 가까운 나라 사람들이라 그런가 다들 헬멧 하나 없이 타고 있었는데, 스케이트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개인 스케이트화를 신은 것 같은 사람도 있어 신기했다. 노래도 감성 가득한 노래여서 잠깐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근처 성당으로 가 잠깐 앉아 다음 코스를 정비하고 밥을 먹으러 다시 감라스탄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요즘 핫한 브랜드 브랜디멜빌이 있어 언니랑 구경하고 커플템도 하나 사서 나왔다.
오늘의 점심은 미트볼과 청어 튀김이다. 미트볼은 스웨덴의 대표 음식이라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고, 청어는 사실 유럽에 와서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었는데 튀긴 청어는 진입 장벽이 낮을 것 같아 골라봤다. 결과는 둘 다 성공이었다. 정말 특별하고 감동적인 맛은 아니지만, 미트볼은 육즙이 많고 소스와 잘 어울렸고, 청어도 비린 맛없이 부드러웠다. 둘 다 한국에서 먹을 일이 잘 없는 음식이라 신기했다. 그리고 북유럽에서 유명한 베리인 링곤베리 잼과 같이 나왔다. 잼과 식사류를 같이 먹는 게 아직은 낯설지만, 잼도 상큼 달달하고 맛있었다. 탄수화물로 나온 매쉬 포테이토가 가장 맛있었는데, 부드럽고 고소해서 계속 먹고 싶은 맛이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 후에는 쇠데르말름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감각적인 가게, 그리고 빈티지 옷 가게가 많다고 해서 구경하러 가봤다. 가자마자 감각적인 전시장이 있었다. 판매 중인 작품을 전시하는 것 같았는데, 내 이미지 속에 북유럽의 미감이랑 딱 어울리는 전시였다. 독창적이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많았다. 거리를 걷다 보니 그림을 판매하는 갤러리가 몇 개 더 있었는데, 하나같이 예술적이라 구경하기 좋았다. 도예 공방도 있었는데, 북유럽도 예술에 진심인 나라 같았다.
그러고는 빈티지 가게들도 가봤다. 쇼핑을 할 생각은 크게 없었지만, 언니랑 나랑 둘 다 빈티지 옷 가게를 가본 적이 많이 없어 신기해서 가봤다. 알고 보니 이곳이 슬로우 패션의 대표 동네 중 하나라서 빈티지 샵이 많다고 하는데, 정말 거리에 골목마다 빈티지 옷가게가 있었다. 빈티지 가죽자켓과 빈티지 셔츠에 관심이 많던 나는 열심히 찾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없어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구경을 하다가 어느새 일몰 시간이 되어 전망대로 향했다. 감라스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언덕 위의 전망대였는데, 올라가서 보니 오전에 기념품 가게 마그넷에서 많이 봤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신기했다. 물과 도시의 실패 없는 풍경이라 아름다웠다. 내가 생각했던 스톡홀름이랑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
한참을 걸어 다니고 서있어서 잠깐 앉아있을 겸 카페로 들어갔다. 내일의 계획도 조금 세우고, 밀린 연락도 하면서 잠깐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늘의 첫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타고 또 다른 시내인 신시가지 쪽 푸드마켓으로 향했다. 지하부터 구경했는데, 앉아서 먹고 갈 수 있는 음식점도 많았고 육류나 치즈, 올리브 또는 반찬 느낌으로 음식을 파는 곳도 많았다. 언니가 치즈를 좋아해 치즈 전문점에서 저녁에 와인과 곁들일 치즈를 구매했다. 1층에는 식장이 대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음식점에 사람이 많았는데, 북유럽치고 저렴한 가격이라 많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다름 아닌 마트이다. 숙소에서 9분 거리에 대형 마트가 있어 가봤다. 그전에 매운 게 먹고 싶어 바로 옆 아시안마트에서 불닭볶음면을 하나 사고, 마트로 향했다. 거대한 마트였는데, 오늘과 내일 저녁으로 먹을 연어와 삼겹살, 우유, 물, 과자, 귤, 계란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내내 먹구름이 살짝 있다가 마트에서 나오니 비가 꽤 내려서 거의 뛰다시피 돌아왔다.
오자마자 요리를 시작했는데, 연어의 껍질을 벗겨 회를 썰어봤는데 노르웨이의 연어만큼 맛있지 않아 조금만 회로 먹고 나머지는 구웠다. 불닭볶음면도 끓이고, 매운 라면과 잘 어울리는 계란국도 끓였다. 사온 치즈와 과자, 그리고 와인까지 곁들이니 완벽한 한 상이 었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잠깐 쉬다가 내일 계획도 구체화시키고, 씻고 일기도 쓰고 이제 잠에 들려고 한다.
스웨덴은 별생각 없이 온 여행지이다. 북유럽에 있어서인지 나에게는 낯선 나라였다. 정말 부루마블에서 본 게 전부인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와 관련이 있는 곳이었는데, 유명한 노벨상의 나라이고, 삐삐 롱스타킹의 나라이자 H&M이나 COS 등 유명한 의류 브랜드의 나라이기도하다. 어제 그리고 오늘 이런저런 검색을 하고 직접 돌아보며 스웨덴과 가까워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