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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115일 차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세계

by 빈카 BeanCa

벌써 트롬쇠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원래는 오로라투어가 늦게 끝날 줄 알고 오전까지 푹 쉬다가 시내에서 잠깐 시간 보내는 게 계획이었는데, 오로라투어 귀가가 생각보다 빠르기도 하고 오로라를 보고 나니 이렇게 특별한 곳에 와서 시내에 카페만 간다는 게 아쉬워져서 어제저녁에 급하게 투어를 알아봤다. 그렇게 고른 투어는 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며 트롬쇠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투어이다. 배를 타는 투어와 차를 타는 투어 중에 고민하다가, 자연을 가까이서 보기에는 차가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배를 타면 너무 추울까 봐 이 투어를 골랐다. 미팅 시간이 9시 반이라 8시에 일어나 호다닥 준비를 하고 짐도 다 챙겨놓고 집을 나섰다.

미팅 장소로 가 5분 정도 기다리니 가이드님을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 국적인데, 잔디 알레르기가 심하기도 하고 자연과 액티비티를 좋아해 이곳 트롬쇠로 왔다고 한다. 우리는 피오르를 메인으로 로드트립을 하는 투어여서 15인승 정도 되는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렸을까 첫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피오르였는데, 뒤에 산이 있고 앞으로 바다가 펼쳐진 게 멋있었다. 여기는 가벼운 준비단계라고 하셔서 다음 장소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를 달려 다음 장소에 도착했는데, 가이드님께서 도착 전부터 이 장소는 인기가 많은 장소라고 하셔서 궁금해졌다. 차에서 내려 1분 정도 걸어가니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양쪽은 커다란 산이 있고, 이 풍경을 위해 깎아진 것처럼 가운데 2개의 작은 봉우리가 있고 그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연 풍경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20분을 달려 세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세 번째 장소는 냇가였다. 날씨가 추워서 중간중간 얼어있었는데, 물이 너무 깨끗해 얼음도 투명했다.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추위만 아니면 여기 계속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설산 그리고 설원 사이로 얼음이 동동 떠있는 냇가라니 한적한 자연의 풍경이었다. 계속해서 ‘자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서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지역이라 눈이 높게 쌓여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것도 재밌어 한참을 뛰어다녔다.

잠깐 뛰어놀며 설원을 즐기다 다시 차에 탑승해 메인 지역으로 갔다. 해안가였는데, 노르웨이의 겨울 해안이라 그런지 바다 느낌보다는 신비한 느낌이 강했다. 해안에 우리밖에 없고 사방이 설산으로 둘러싸인 바다라니!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에 벅찼다. 이번 정차는 식사를 포함한 가장 긴 정차였는데,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점심으로 주신 간단한 샌드위치도 먹었다. 빵 사이에 채소 조금과 잼, 그리고 후무스가 있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조합인데 익숙하게 맛있는 맛이었다. 날씨도 쌀쌀하고 손도 추웠는데 뜨거운 커피도 한 잔씩 주시고 쿠키도 주셔서 몸을 녹여가며 간식도 먹고 사진도 찍었다. 오전 내내 꿈같은 풍경을 봐서 그런지 실감이 계속 나지 않았다.

여유를 즐기다 차에 타서 다음 장소로 갔다. 트롬쇠는 길고 긴 밤을 보내다 어제 처음으로 해가 뜨는 날이었는데,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아 아직 이번 겨울의 해가 뜨지 않았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오늘, 차에 타서 달리는데 동그란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올겨울 트롬쇠의 첫 해를 같이 본 것이다. 첫 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1년에 1번인 날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원래는 멈추지 않는 장소이지만 해가 너무 예뻐 중간에 한 번 더 정차를 했다. 내가 본 해 중 가장 크고 가장 밝았다. 잠깐만 봐도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보통의 해와 달리 극지방이라 그런지 지평선 가까이 있어 눈높이가 나와 비슷해서 신기했다. 이글이글거리는 커다란 태양을 보니 우주에서 태양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하고, 극지방에 온 게 실감이 났다. 구름보다도 낮게 있는 태양이라니 내가 알던 세계를 벗어나 자연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벅찼다.

오늘의 마지막 포인트는 예쁜 색의 집들이 있는 바닷가였다. 날이 추워 지붕 밑에는 고드름이 달려있었고, 집들은 노란색 붉은색으로 알록달록했다. 북유럽 스러우면서 빈티지한 감성도 묻어나 자연의 세계에서 감각적인 북유럽의 세계로 살짝 돌아온 것 같았다. 오는 길에 순록도 보고, 태영도 마저 보다 보니 어느새 트롬쇠 시내에 다시 도착했다. 트롬쇠의 투어들은 비싸서 이 투어도 할지 말지 고민을 했는데, 안 했으면 오랫동안 후회했을 것 같다. 세상에서 잠깐 벗어나 자연에 다녀온 것 같은 신비로운 투어였다.

투어가 끝나고는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며 기념품을 샀다. 매년 언니랑 키링을 하나씩 맞춰 달아서 올해의 키링도 귀여운 걸로 고르고, 언니가 모으는 마그넷도 골랐다. 그러고는 도서관으로 가 잠깐 쉬면서 스톡홀름 계획도 세웠다. 그러고는 에어비앤비로 돌아가 주인분께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갔다. 버스를 타고 가려는데, 주인분께서 공항으로 바로 가려고 물어봐주시면서 약속에 가는 길이라고 하시면서 공항까지 데려다주셨다.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탈 생각에 막막했는데 흔쾌히 데려다주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공항으로 도착했는데, 집주인분의 짐 보관 가능 시간에 맞춰 오다 보니 3시간이나 빨리 공항에 도착했다. 수속을 후다닥 했는데, 사람이 많이 없어서 금방 보딩구역으로 들어왔다. 트롬쇠는 노르웨이 안에서도 비행기로 다녀야 되는 지역이라 그런지 국내선 구역이 아주 붐벼 자리가 없을 정도였는데, 국제선으로 들어오자마자 세상 한적했다. 언니는 할 일을 조금 하고, 나는 일기를 조금 썼다. 저녁을 아무래도 못 먹을 것 같아 조금씩 모아둔 간식들로 배를 채우고, 스톡홀름도 알아보다 비행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 타서 잠도 자고 유튜브도 보다 보니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 다음 공항버스를 30분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늦은 밤이라 택시를 타고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스톡홀름에서 3박이나 해서 에어비앤비로 했는데, 요리도 야무지게 해먹을 생각이다. 도착해서 씻고 파리에서 샀지만 와인오프너가 없어 마시지 못한 와인도 한 잔 마시며 계획을 세웠다. 내일의 야무진 계획까지 세우고 조금 쉬다가 잠에 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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