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은 낭만이다
스톡홀름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다. 시내까지 나가기는 시간이 부족해서 근처 산책을 간단하게 하고 아침을 먹고 오기로 했다. 오늘도 8시 넘어 일어나서 준비를 호다닥 하고 9시에 집을 나섰다. 산책 코스를 고민하다가 우리가 가보지 않은 하나의 마트인 ICA supermarket에 가보기로 했다. 노르웨이에서부터 찾던 브라운 치즈와 팝콘맛 초콜릿을 찾기 위해서 갔는데, 둘 다 찾지 못하고 나왔다. 다음 산책 코스를 고민하다가 물을 따라 쭉 걸어보기로 했다. 물가로 가니 여유롭게 조깅하는 사람들, 동동 떠다니는 오리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물에 비쳐 생기는 윤슬까지 행복한 광경이 펼쳐졌다. 시간이 멈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평화롭고 한적한 풍경이었다. 우리도 그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겼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져서 아침을 먹으러 근처 카페로 갔다. 어제 먹은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 똑같은 카페의 다른 지점으로 갔는데,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너무 취향저격이라 기분이 좋았다. 햄치즈 샌드위치와 뺑오쇼콜라를 주문하고,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뺑오쇼콜라는 버터향이 가득하고 바삭하면서 초콜릿이 부드럽고 달달해 맛있었고, 라떼는 따뜻하고 부드러워 빵이랑 잘 어울렸다. 햄치즈 샌드위치는 역시 구워주셨는데, 치즈의 풍미가 환상적이라서 역시 맛있었다. 언니랑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고 분위기에 취해가며 맛있게 먹었다. 우리 자리 건너편에 통창이 있어 밖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쭉 이어진 길의 끝에 물이 있었는데, 하나둘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게 힐링이었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운 아침이었는데,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집을 챙기고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사람이 많이 없어 호다닥 안으로 들어와 잠깐 쉬었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시간은 1시간 10분으로 짧은 편이었다. 살짝 지연이 있어서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니 4시였다. 코펜하겐은 작아서 호텔까지 오는데 20분 밖에 안 걸렸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곧바로 시내 구경에 나섰다. 장소는 왕립 도서관! 건물도 특이하고 내부도 깔끔 모던 시크 그 자체였다. 이게 덴마크 감성인가 싶었다. 동시에 이런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다면 매일 갈 텐데, 공부도 열심히 할 텐데 싶었다. 그리고 덴마크 사람들을 처음 보는데 다들 다리 길이가 2미터라서 놀랐다. 안에 후다닥 돌아보고 나와서 뉘하운으로 향했다. 뉘하운은 항구인데, 알록달록한 건물로 유명한 곳이다. 밤이라서 건물에 색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근처 식당에서 느껴지는 흥겨운 분위기와 운하 주변에 모여 있는 건물들이 아름다웠다. 덴마크의 분위기에 반하는 순간이었다.
짧은 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넘어가 빵집에 갔다. 지금까지 간 여행지 중에 덴마크의 물가 가서 가장 살벌했는데 피스타치오 크로와상 하나에 만원이 넘어갔다. 그래도 맛있어서 간식으로 먹고 일루션 박물관으로 향했다. 코펜하겐 카드를 사서 밤에도 입장할 수 있는 관광지를 찾다가 유일한 박물관이라서 가보기로 했다. 온갖 종류의 착시로 가득했다. 그냥 구경할 수 있는 착시도 많았고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많았다.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기대를 안 해서인지 꽤나 재밌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7시 반이었다. 시간이 꽤 늦어져 호텔로 향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과자와 맥주, 물, 요거트 그리고 멜론을 샀다. 양손 두둑하게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 저녁은 전복 솥반에 된장국이다. 밥을 전자레인지에 후다닥 돌리고 국도 끓였다. 사 온 맥주고 꺼냈는데, Carlsburg master brew라는 맥주였다. 도수가 10.5°로 맥주치고 꽤나 높은 편이었는데, 부드러우면서 지나고 깊은 맛이 느껴져 이전에 먹어 보지 못한 맥주 맛이었다. 맥주가 너무 맛있어 한 캔을 후다닥 해치웠다. 조금 부족하고 아쉬워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한 캔 더 사 왔다. 이번에 사 온 맥주는 carlsburg elephant 맥주이다. 이 맥주는 조금 더 대중적인 맛이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안주로 과자와 치즈 그리고 멜론을 꺼내 맛있게 먹었다. Elephant 맥주도 도수가 7.2°로 꽤나 높아서 살짝 취했다. 더 취하기 전에 호다닥 씻고 일기를 쓰는 중이다. 내일 코펜하겐을 아주 알차게 구경할 예정이라 조금만 더 마시다가 잠에 들 예정이다.
코펜하겐을 많이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벌써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든다. 코펜하겐을 본격적으로 구경하는 날인 내일 하루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