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혼자가 되다
오늘은 엄마가 한국으로 귀국하신 날이다. 12시 반에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해서, 그전까지 마지막으로 뮌헨을 즐기기로 했다. 첫 일정은 마리엔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뮌헨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본격적으로 구경한 적이 없어서 오늘 오전에 호다닥 다녀오기로 했다. 뮌헨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규모가 컸다. 오나먼트, gluhwein(따뜻한 와인), punsch(따뜻한 과일 술), 소세지, 빵, 쿠키, 슈니발렌 등등 다양한 종류의 마켓이 있었다. 다른 마켓에는 많이 없던 코코아도 많아서 좋았다.
한 바퀴 구경을 하고 엄마랑 빅투알리엔 마켓에 다시 갔다. 커다란 꽃집이 있어서 구경을 했는데, 엄마가 좋아해서 보는 나도 행복했다. NordSee라는 해산물 가게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기로 해서 새우를 주문했다. 새우가 살짝 뻑뻑했지만, 간도 잘 되어있고 소스도 맛있어서 잘 먹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마리엔 광장이 보이는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백화점 구경만 살짝 했다.
오는 길에 언니가 갑자기 과자를 부탁해 마트에서 과자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점심으로 가볍게 먹을 버터프레첼도 사 왔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빵인데, 가기 전에 같이 먹고 싶어서 하나를 샀다. 싸놓은 캐리어에 마지막으로 과자를 넣고 무사히 패킹을 해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으로 가려면 Uban에서 Sban으로 갈아타야 되는데, 역을 잘못 봐서 한 정거장 일찍 내려버렸다. 그래서 내렸는데 Sban 표시가 없어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주변 독일인 분께 여쭤봐서 무사히 지하철을 타고 한 정류장 더 가서 내렸고, Sban까지 무사히 갈아탔다. Sban을 30분 정도 타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2시간 전에 수속까지 마쳤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엄마가 더 있다가 들어갈까 물어보셨지만 엄마가 오래 있어도 계속 울 것 같아서 먼저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랑 헤어진다는 게 슬펐고, 행복했던 시간이 끝났다는 것도 슬펐다. 같이 있었던 시간 일분일초가 행복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엄마가 이제 같이 없다는 게 갑자기 무섭기도 외롭기도 했다. 울다가 엄마를 배웅해 주고, 엄마가 짐 검사를 마치고 위로 올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을 했다. 배웅을 하면서도 눈물이 났지만, 엄마가 속상해하실까 봐 웃으면서 배웅하려고 노력했다.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도 눈물이 났다. 눈물을 흘리면서 공항을 나와서 혼자가 되어 집으로 향했다.
내일 또 출국을 해야 된다. 집을 비워줘야 되기도 하고, 괜히 집에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영국 여행을 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서 슬퍼할 틈도 없이 바로 준비를 했는데, 먼저 빨래부터 했다. 빨래를 하고 갑자기 허기져서 고기도 사 왔다. 집 청소도 하고, 저녁으로 고기도 구워 먹었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니 엄마와 함께하던 여행이 꿈같았다. 영국 여행을 갑작스럽게 정한 거라서 숙소 예약도 하고, 계획도 세우고 조금 쉬다가 글도 쓰고 있다. 이제 짐을 챙기고 조금 더 알아보다가 잠에 들려고 한다.
모녀 여행, 처음에는 걱정도 했다. 엄마가 힘들어하시면 어떡하지, 엄마가 멀리서 오셨는데 별로면 어떡하지 등 많은 걱정에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엄마랑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할 텐데 왜 이렇게 걱정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설렘과 새로운 추억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 막상 엄마랑 여행을 하다 보니 기대보다도 훨씬 행복했다. 얘기도 많이 해서 전에도 친하고 사이좋은 모녀지간이었지만 1.6배는 가까워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도 엄마를 훨씬 사랑하고 있었구나, 정말 소중한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엄마가 없는 삶이 조금은 외롭지만, 엄마가 걱정하시지 않게 더 씩씩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돌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