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식사, 3번의 간식, 1번의 커피 그리고 3만보와 함께한 이스탄불
아침부터 바쁜 먹케줄로 가득했던 하루이다. 카이막을 먹기 위해 8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8시 반에 숙소를 나섰다. 숙소 근처에 카이막 집이 있어 카이막과 차를 주문했다. 빵과 카이막, 꿀 그리고 차가 나왔다. 카이막은 천상의 맛이라는 얘기도 있고 내가 유제품이랑 달달한 음식을 좋아해 기대가 되었다. 빵에 카이막과 꿀을 얹어 한 입 먹어보니 진짜 천상의 맛이었다. 카이막은 정말 맛있는 우유 아이스크림에서 단맛만 빠지고 프레쉬함이 추가된 맛이었다. 꿀은 벌집꿀 맛이 났고, 실제로 벌집이 조금씩 섞여있는지 맛있었다. 둘이 같이 먹으니 예전에 유행하던 벌집꿀 아이스크림에서 우유 맛이 진해지고 프레쉬해진 맛이었다. 괜히 천상의 맛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중간중간에 쌉싸름한 차로 고소함을 리셋하면서 먹으니 잘 어울렸다. 마치 스시와 생강 같은 하모니였다. 감동을 받으며 먹고 구시가지로 넘어갔다. 30분 정도 걸어갔는데, 가는 길에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넜다. 신기하게도 다리 양옆에서 사람들이 빼곡하게 서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뒤에는 물고기를 담을 통도 있었고, 실제로 물고기도 꽤 많이 담겨있었다. 다리를 건너는데 풍경이 아름다워서 천천히 걸으면서 감상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걸어서 향한 곳은 베이란 집이다. 또 먹으러 왔다. 살짝의 핑계를 대자면, 달달한 꿀과 고소한 카이막, 그리고 빵을 먹었으니 칼칼한 음식을 먹으면 조화로울 것 같아서 먹으러 갔다. 베이란은 육개장 같은 맛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실제로 먹어보니 정말 육개장과 라면을 섞은 맛이었다. 고기도 꽤 많이 들어있고,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다.
베이란까지 먹으니 정말 배가 불러서 소화시킬 겸 관광을 시작했다. 톱카프 궁전이라는 곳에 갔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거주하던 궁전이다. 입장료가 1700리라, 무려 68000원이었다. 비싸서 놀랐는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바로 학생 할인이다. 국제 학생증을 가져가면 190리라, 약 76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거의 90%나 되는 할인율이라니... 입장권을 구매하고 들어갔더니 여러 전시관이 있었다. 그 당시의 옷도 전시하고, 켈리그라피 작품도 전시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전시관은 보석을 장식한 전시관이었는데, 장신구들이 세상 화려하고 다양해서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그리고 성이 조금 높은 곳에 있어서인지 신시가지와 바다가 쭉 보이는 풍경이 보였는데 아름다웠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구경하다가 나와서 다음 장소로 향했다.
다음 장소는 아야 소피아였는데, 비잔틴 건축 양식의 대성당이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밖에서만 봤다. 근처에 있는 블루모스크도 같이 구경했다. 마침 기도 시간이었는지 큰 소리로 거리 곳곳에 방송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잔디 위에 올라가 돗자리를 깔고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모스크 구경을 마치고는 (또...) 식당으로 향했다.
다음 식당은 솔트배 스테이크로 유명한 누스렛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중학교 때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 이후로 인생 버킷리스트가 된 식당인데, 사실상 이번 여행의 동기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언제 또 편도 2시간 반으로 터키에 오고, 언제 또 솔트배 스테이크를 먹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행을 구할까 하다가 튀르키예 여행 비수기라서 사람이 많이 없을듯해 혼자 갔다. 가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램찹(Lamb Chop)이랑 양파 튀김(Onion Flower)을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니 메뉴가 같이 나왔다. 쇼맨십으로 유명해서인지 양파 튀김은 직접 잘라주셨다. 양고기 스테이크는 처음 먹어보는데, 누스렛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양고기가 더 맛있다는 후기도 많고 중동 지역에서 원래 양고기를 많이 먹어서 주문했는데, 맛있었다. 기대를 워낙 많이 했지만, 실망을 시키지 않는 맛이었다. 질김 하나 없이 부드럽고, 고기 냄새도 하나도 없고 고소했다. 킥은 소금이었다. 이 집은 사실 소금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최현석 셰프님의 (허세 가득하다고 알려진) 소금 뿌리기의 원조가 여기 셰프님이기도 하고, 소금 자체도 맛있다고 유명하다. 나도 소금을 조금 덜어 먹어보니 소문대로 맛있었다. 소금이 거기서 거기지 싶은 생각이 처음에는 있었지만 적당히 짜고 감칠맛 가득하고 식감이 서걱하면서도 부드러워서 고기랑 잘 어울렸다. 역시 솔트배인가 싶었다. 양파 튀김은 후기가 좋아서 주문했는데 나한테는 그냥 예쁜 양파튀김이었다. 그래도 이왕 온 거 후회 없이 주문하자는 생각으로 같이 시킨 메뉴라서 맛있게 먹었다.
만족스럽게 먹고 나와서 그랜드 바자르라는 시장으로 향했다. 그랜드 바자르 가는 길에도 그렇고, 튀르키예의 길거리에는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을 파는 곳이 정말 많았다. 브랜드도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부터 마크 제이콥스, 코치, 칼 라거펠트와 같은 브랜드 그리고 버버리나 구찌, 샤넬과 같은 명품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애기 옷부터 어른 옷, 그리고 가방까지 제품도 다양하고 거리에 가득가득하게 상점이 있어서 신기했다.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서 조금 헤매다 그랜드 바자르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을 생각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터키식 디저트를 팔거나 주얼리를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라서 금방 나왔다.
다음 코스는 또 먹방이다. 스푸파에도 나온 돈두르마(터키식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 가봤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메뉴로 주문했다. 밑 부분에는 카다이프 사이에 피스타치오를 넣고 위에 시럽을 뿌린 것 같은 디저트가 있었고, 위에는 돈두르마가 올라가 있었다. 한국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먹었을 때 카다이프가 너무 딱딱해서 먹기 힘들었는데 원조는 확실히 적당히 바삭하고 맛있었다. 아이스크림도 쫀득해서 시원하고 맛있게 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쉴레이 마니예 모스크이다. 위로 올라가면 풍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모스크와 푸른 바다, 건너편 신시가지 건물들까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거기에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보기만 해도 맑아지는 풍경이었다. 사진도 찍고 앉아서 쉬다가 마지막 관광지인 이집트 바자르로 향했다.
오늘의 마지막 관광지는 이집트 바자르이다. 이집션 바자르라고도 불리는데, 그랜드 바자르와 비슷한 시장인데 물가가 조금 더 저렴해 여기서 기념품을 많이 구매한다고 한다. 나는 기념품은 사고 싶은 게 없어 구경을 하러 갔다. 밖에서부터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고, 여기는 그랜드 바자르보다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호객 행위도 가장 심했는데, 일본 분들이 많이 오시는지 다들 곤니찌와라고 말하셨다. no를 외치며 걸어가고 구경도 했다.
구경을 마치고는 모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변 카페로 향했다. 모래 커피는 원두를 곱게 갈아 전용 주전자에 넣고, 물을 넣어 뜨거운 모래 속에 넣어 만드는 것이다. 맛도 궁금했지만 만드는 과정도 구경하고 싶어서 찾아갔다. 야외 자리밖에 없어서 담배 연기가 많았지만, 현지 사람 같고 낭만 있었다. 튀르키예 느낌 가득한 테이블을 구경하고 있으니 모래 커피가 나왔다. 설탕을 넣어주신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커피 맛도 진하면서 부드럽고 달달했다. 물과 원두가루만 넣었는데 부드러워서 신기했다. 원두를 그대로 넣어서인지 커피 맛이 진했는데, 2/3 정도 마시니 원두 가루가 같이 올라와 텁텁해져서 마시기 힘들었다. 모래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리를 건너가려고 했는데, 다리를 건너기 직전 본 풍경이 아름다워서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다른 다리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도 아름다웠고, 건너편 신시가지 건물들이 붉은 노을 때문에 핑크빛으로 보이는 것도 아름다웠다. 뒤편에 있는 모스크도 노을에 덮여 아름다워서 가만히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감상을 했다. 독서 모임 책을 읽어야 해서 책도 조금 읽고, 거의 1시간을 앉아있다가 일어났다.
먹케줄은 끝나지 않았다. 유명한 고등어 밥을 먹으러 갔다. 가장 유명한 집에 가려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케밥집 하나를 발견했다. 깔끔해 보여서 평점을 보니 4.9점으로 높았다. 그래서 고등어 케밥 하나를 주문하고 길거리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전에 먹은 고기 케밥은 살짝 기름졌는데, 고등어는 고기보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중간에 석류도 씹혀서 신기했다. 고등어 살도 통통하고 가시도 없어서 고기 케밥보다 훨씬 맛있게 먹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조금 아쉬울 것 같아 진짜 최종으로 카이막을 먹으러 리뷰가 좋은 디저트집으로 향했다. 여기의 카이막은 돌돌 말아진 형태로 꿀이 뿌려져서 나왔다. 우유의 맛이 진하고 고소했지만, 프레쉬한 맛이 덜하고 꿀이 일반 꿀이라서 아침에 먹은 카이막이 더 맛있었다. 그래도 히터 옆 야외 자리에서 분위기를 즐기며 먹으니 맛있었다. 이렇게 오늘의 먹케줄이 모두 끝이 났다.
물론 먹으러 오긴 했지만, 정말 후회 없이 많이 먹었다. 생각해 보면 튀르키예는 유명한 음식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케밥과 카이막부터 아이스크림, 각종 디저트, 베이란 등의 음식까지 미식의 나라인 것 같다. 먹으러 왔지만 힐링되는 풍경으로 가득해서 행복한 하루였다. 3만보와 7끼와 함께한 이스탄불에서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