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카 BeanCa Dec 20.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72일 차

기차로 6시간이면 베네치아라니 유럽 생활 좋다

 베네치아 여행의 시작이다. 11시 반 기차를 타고 와야 해서, 8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으로 치즈를 얹은 방울토마토 샐러드를 만들어 냉털을 마치고, 짐도 쌌다. 이제 슬 여행에 익숙해져서 2박 3일쯤은 배낭 하나로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세면도구랑 스킨케어, 화장품, 옷 등을 싸서 집을 나섰다.

 기차역에서 샌드위치도 하나 사서 기차에 올랐다. 베네치아까지는 6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야간기차 야간버스도 타본 나에게 6시간 40분 정도는 가뿐해졌다. 타자마자 가족 친구들이랑 연락도 하고, 유튜브도 보니 1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졸려서 1시간 정도 잠도 자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샌드위치는 토마토 모짜렐라 샌드위치이다. 빠ᆞ강은 포카치아 빵이었고, 소스는 바질페스토였다. 바질페스토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맛있었다. 토마토도 신선하고, 모짜렐라도 고소해서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창 밖 구경도 조금 하고, 베네치아 여행 계획도 세우고 책도 조금 읽고 잠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나의 숙소는 메스트레역 근처의 호텔이었는데, 미리 근처의 맛집을 찾아놔서 밥부터 먹으러 갔다. 먹으러 무려 두 번이나 온 베네치아에서의 첫 끼! 바로 알리오올리오이다. 알리오올리오는 나의 (구) 최애 음식이다. 고등학교 때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 먹고, 많이 먹을 EO는 주에 4-5번까지 먹은 음식이다. 원래는 해산물이 유명한 베네치아라서 해산물 파스타를 먹으려고 했다. 근데 찾아보다 알리오올리오 리뷰가 좋은 집이 있어서 바로 알리오올리오를 먹게 되었다. 이상하게 로마랑 피렌체에서는 알리오올리오를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파스타의 나라에서 나의 페이보릿 파스타를 먹는다는 게 설렜다.

 알리오올리오 하나와 스프리츠 하나를 주문했다. 베네치아 중에서도 본섬이 아닌 주변 섬이라 그런지 메뉴도 음료도 로마나 피렌체의 절반 정도 가격이었다. 자릿세가 1.5유로 붙은 것만 빼면.. 파스타 10유로에 스프리츠 3.5유로라니! 유럽의 살벌한 외식 물가만 보다 여기 오니 메뉴를 2개 시키고 싶을 만큼 설렜다. 먼저 나온 아페롤 스프리츠부터 마셔보니 달달하면서 알코올 향도 살짝 있고 청량해서 술술 넘어갔다. 다음으로 알리오올리오! 우리나라의 알리오올리오와 살짝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편마늘과 다진 마늘을 같이 쓰거나 편마늘 위주로 들어가는데, 여기는 다진 마늘만 들어갔다. 그런데 면에 양념이 잘 베이고, 감칠맛이 미쳤다. 파스타킬러인 내가 먹기에도 양이 많았는데,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그렇게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향했다. 사실 호텔에 대한 조금의 불안함이 있었다. 갑자기 오는 길에 호텔이 공사 중이라 옆에 있는 아파트로 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호텔처럼 리셉션이 있는 것도 아니라 다짜고짜 7시 반까지 오라고 통보를 해서 뭐지? 싶었다. 그렇게 걱정 가득하게 갔는데, 생각보다 깔끔한 아파트였고 방이 무려 2개였다. 큰 방 2개, 부엌, 화장실까지 내가 혼자 쓰는 것이었다. 리셉션이 없어 아직까지 와이파이를 못 쓰는 게 살짝 흠이지만 이렇게 넓은 곳에 혼자 있는 게 오랜만이라 일단 신났다.

 글을 쓰고 원래 언니랑 여행 계획을 마저 세워야 되는데 와이파이가 없어서 잘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최대한 해보고 안되면 미리 다운로드하여놓은 책이라도 읽고 일찍 잠에 들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