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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탐구가 Oct 03. 2020

세 원로 철학자가 남겨 준 인생의 열매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는 생활하면서 제 자신의 한계를 느낄때가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몇가지 예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 책들을 읽으며, 인간관계에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또 똑같은 상황이 되어 동료를 비난하고, 대인배의 모습을 못보인 경우가 있습니다. 또 담당하고 있는 일에 비전을 제시해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스스로 학습과 공부가 덜 되어있다보니 그럴듯한 말들을 써가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책을 읽고, 실천하고 반성하고 또 나아가지만, 그래도 부족한 사람인지라 결국 지나고 나서야 어떤 순간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곤 합니다. 인생은 이토록 끊임없이 배우고 반성하며 나아가야 하는 지난한 학습의 시간들이겠지요.

퇴근이 좀 빨라서 시간이 될때면, 종종 종각역 서점에 들립니다. 늘 책을 곁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읽어야 할 책들은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있는 일을 잘하기 위한 학습용 책, 스스로의 인격적 함양을 위해 읽어볼만한 고전과 최신 인문학 책, 그리고 흥미로운 재태크 분야 책 등등. 막상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렇게 보내지 않을걸 잘 알면서도 '아~ 책만 읽으면서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은 늘상 머릿속을 맵돕니다. 


시청역에서 종각역으로 청계천을 따라서 걸어오며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서울에 발령받고 처음 이 길을 걸을때의 그 위압감을 잊지 못합니다. 큰 기업들의 로고와 화려한 불빛, 높은 빌딩들 사이를 걷고 있는 제 자신. 무언가 뒤쳐지지 않고 이 불빛속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안도감 아닌 안도감은 서울생활을 버티는 원동력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사실 저는 불안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안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성패의 유무, 인정을 받고 어느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전셋집이 아닌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싶은 걱정, 성격적으로 힘든 직장 동료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에 대한 어려움 등등.

이런 류의 걱정들은 누구에게나 일상적일 수 있지만, 결코 시간이 쌓이고,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깨끗이 해결될 것들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한 사람은 계속해서 만나야 할 것이고, 일도 계속 해 나가야 할 것이고, 삶도 이끌고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불안한 감정을 떨칠 수 없기에, 책에서 마음을 단련하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고전이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심리학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철학이라는 학문 또한 '삶'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많은 힘을 준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는 세 원로 철학자 김형석, 김태길, 안병욱 님이 쓴 '인생의 열매들'이란 책이 제게 무형의 어떤 강인한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층층대를 걸어 올라가는 사람은 그 계단 하나하나에 인생의 뜻을 둔다. 그때 그때의 의미와 감사를 모른다면 결국 마지막 계단에 오른 즐거움 밖에 남는 것이 없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고 행복만을 향해 나아가서는 안된다. 오히려 인생을 사는 동안 계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 누려야 한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움도 있고 모순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여러 모순을 지혜로이 해결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무쇠가 강철이 되려면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가야 한다. 잔잔한 바다에서는 절대로 훌륭한 뱃사공이 나오지 않는다. 뛰어난 명장이 되려면 포탄연우의 전쟁터에서 천신만고의 싸움을 여러번 치러야 한다. 인생은 항상 훈훈한 봄바람만 부는 탄탄대로의 즐거운 여행길이 아니다. 남과 싸우고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하는 어려운 고행의 길이요. 험준한 난행의 길이다.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적절한 때가 오면 용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놓치는 것을 우리는 실기라고 한다. 한 번 놓친 기회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가난하더라도 일다운 일을 한 사람은 훨씬 귀히 여김을 받을만하다. 그러나 일 위에 인격까지 갖출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인격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들며, 그의 인격이 그의 일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결과까지 가져온다. 인격을 갖춘다는 것은 일을 일답게 하며 그 일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격의 의미가 소중해지는 것이다. 


냉철하게 생각해보건대, 자신을 나타내고자 하는 그 마음 자체가 어리석은 욕망이며, 내가 가진 것 또한 나의 솜씨가 칭찬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나 자신의 사람됨이 훌륭하다고 보는 것도 어리석은 착각이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우리는 그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이렇게 살아간다. 




세분의 철학자중 김형석 저자를 제외하고 두분은 소천하셨습니다. 세분 모두 90세 이상 삶을 살아나가며, 인간과 삶, 그리고 우리의 세상에 대해 얼마나 사유하고 공부하셨을지 가늠할 수 조차 없습니다.

그런 분들의 가치관과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책으로나마 엿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진정 거인의 어깨를 빌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며 바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쁨 속에서도 진정 군자는 못될지언정,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배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질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는 스스로를 원하며, 돈 보다는 돈 넘어의 근원적 삶에 가치를 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겸손과 반성의 시각을 바탕으로 꾸준히 나아가 보려 합니다. 소중한 문장들을 오늘도 가슴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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