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생활과 최대한의 사색을 즐기는 삶을 위하여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찬 기운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운 겨울입니다.
실내는 따듯하거나 건조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쁘게, 인생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우리는 제때의 바늘 한 땀이 나중에 아홉 땀의 수고를 덜어준다고 하면서도 내일의 아홉 땀을 덮기 위해 오늘 천 땀의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일을 두고 말하자면, 우리는 늘 일에 허덕이지만 막상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
(<<월든>> 중 전자책 p462, 헨리 데이비드 소로, 김석희 옮김, 열림원)
먹고사니즘에 빠져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에겐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당장 배고프지 않아도 나중에 배고파질 걸 알기에 오늘도 일합니다.
한참 일하던 중 창문을 통해 올려다본 하늘이 유난히 파래서, 그 파란 하늘 위에 두둥 떠다니는 구름이 한없이 자유로워 보여 부럽습니다.
시릴정도로 차가운 날씨든, 쪄 죽을 정도로 더운 날씨든 상관없이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내일의 아홉 땀을 위해 오늘 천 땀의 바느질을 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렬히 오늘을 살아내야 합니다.
일에 허덕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 일이 인생 본연의 임무에 하등 중요할 것 없다는 사실을요.
그전에도 그랬습니다.
죽을 것 같은 긴박한 상황에 당황스러워도,
절대 안 될 것 같은 힘든 상황에 불안스러워도,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뭔가에 최선을 다한다는 열정에 몸이 달았던 것 같습니다.
중년은 관조하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눈앞에 닥친 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집중할 일과 아닌 일을 선별해야 될 시기입니다.
누군가의 칭찬이나 격려에 놀아날 단계는 아닙니다.
남의 인정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현실과 이상이 부딪힐 때 마음이 향하는 길을 따라갑니다.
먹고사니즘의 현실을 따라가다 보니 벌써 중년입니다.
이대로라면 삶의 끝이 어떤 방식일지 뻔해 보입니다.
인생 후반기는 마음을 채우는 시간, 스스로의 인정을 받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윌든 호숫가에 오두막 한 채 짓고 자급자족으로 살아갈 순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생활과 최대한의 사색을 하는 삶을 상상해 봅니다.
삶의 방향 전환을 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