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한
산사나무 묘목을 봤다
자꾸만 돌아보게 되길래
집 마당에 옮겨 심어서 옆에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특별히 물이나 거름을 준 기억도 없는데
너는 혼자서 잘도 자란다
나의 마당이, 너를 품은 나의 마당이
작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마당은 금방이라도 넘쳐버릴 것만 같아서
너를 애써 뽑아버리든가
너를 온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든가
시도하겠지만
내 첫 시도가 너를 뽑아버리는 것이라면
어느새 내 몸뚱이만큼 커진 너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결국 져주는 척
온몸으로 끌어안고 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