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여진 각본

고요한 긴장감

JJ와 SS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지노를 찾았다. 언제나처럼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사람들의 환호, 딜러의 능숙한 손놀림이 그들을 맞이했다. 고요한 긴장감이 공기 중에 흐르고, 그들은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걸어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 잡은 의문은 이번에도 따라왔다. 우리가 이곳에 남긴 기록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SS는 자신이 사용한 멤버십 카드가 테이블에 찍힐 때마다 무언가가 기록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배팅 기록, 손해액, 심지어 수익까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JJ도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했다. “그렇지 않을 리가 없지. 저들, 모든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모아서 패턴을 분석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의 눈은 테이블 너머 감시 카메라를 힐끔거렸다. 그 카메라가 단순히 보안을 위한 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쳤다.

그날도 두 사람은 다양한 게임을 즐겼지만 이상하게도 흐름은 늘 같았다. 처음에는 작은 수익으로 기분 좋은 시작을 하고, 곧이어 신기하게도 패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테이블 위의 모든 상황을 조율하고 있는 듯했다.

"여기 있는 모든 게 짜여진 각본이라면?” SS는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있었다. “우리가 이기든 지든 결국엔 다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는 거라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길 수 없는 판에 뛰어드는 건 아닐까?”

JJ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손에는 칩 몇 개가 남아 있었다. 마치 그것이 두 사람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도 여기서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겠어? 진짜 승부는 테이블 위가 아니라, 우리가 그 흐름을 얼마나 잘 읽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몰라.”

그 말에 SS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카지노의 밝은 조명을 뒤로하고 조용히 밤공기를 마시며 걸어 나갔다. 그들의 마음속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카지노라는 세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여진 각본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하고 있다.’ SS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작된 운명일지라도, 그 안에서 움직이는 자신들의 자유를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