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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Dec 05. 2024

글모닝, 아임 낫 글모닝

‘번쩍-’     


까만 핸드폰 화면에 잠시 불이 켜졌다가 곧 꺼진다.

눈을 비비며 메시지를 확인한다.     


“작가님들, 글모닝 입니다. (하트 두 개)”     


매일 아침 5시 30분, 내게 오는 따뜻한 메시지다.     


우리는 글쓰기를 위한 독서 모임 ‘쓰기의 책장’ 멤버다. ‘글을’ 쓰는 사람들답게 굿모닝 대신 글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몇 분 사이에 세 네 명 정도가 ‘글모닝(하트)’ 하며 답을 한다. 한 시간 안에 열 명 정도가 등장하고, 하루 안에는 총 서른 명의 포근하고 유쾌한 일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렇게 매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나는 보통 글모닝 순위로 한 손에 꼽는 멤버다. 알람이 5시 30분에 울리기 때문이다.     


40개월, 17개월 두 아이는 무슨 대단한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매일 아침 이른 시간이 일어난다. 보통 첫째 아이가 먼저 시동을 건다. 6시 전후로 기지개를 켠다. 눈을 번쩍 뜨자마자 곧바로 거실로 뛰어나가 바로 이것저것 가지고 논다. 물론 “물 주세요, 귤 주세요, 응가 했어요”도 종합세트다. 이런저런 소리에 둘째 아이는 깨어날 시간이 아님에도 눈을 비비며 저벅저벅 거실로 나온다.     


하지만 나는 첫째 아이와 정반대다. 잠에서 깨어남을 느끼면 일단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채로 뇌를 먼저 깨운다. 몇 분이 지나고서야 눈을 몇 번 껌뻑거린다. 눈을 뜨고 한참 기다리면 시각이 어둠에 적응해서 주변 사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제야 팔다리를 위아래로 쭉쭉 늘리고 이불에서 빠져나올 준비를 한다. 아! 이불에서 나오기 전에 핸드폰을 먼저 확인한다. ‘글모닝입니다(웃음)’과 함께. 방에서 나오면 이번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깨운다. 그래서 6시쯤 첫째 아이와 함께 일어나면 속도가 맞지 않아서 일부러 30분 정도 미리 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글모닝’은 이불 속에서 시작된다.      


‘글모닝’이라고 하면 왠지 그보다 먼저 일어나서 잠 깨는 의식(?)을 모두 마친 후 커피 향을 풍기며 책상에 앉아 우아하게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독서와 관련된 게시물로 가득 채워진 모두의 SNS가 그 이미지를 뒤받쳐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글모닝’은 ‘저 이제 막 눈 떴어요. 몸은 아직 누워있고요’라는 뜻이다. (피식)     


근데 설마,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누군가는 ‘글모닝’의 의미가 진짜 책 읽는 시간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잠을 깨는 의식일 수도, 아침 식사하는 순간일 수도, 새벽 운동을 나서는 순간일 수도, 출근길일 수도 있겠지? 혹시 교대 근무자가 있다면 그에게는 글모닝이 점심 인사일 수도, 저녁 인사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프레임 밖’에서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프레임 안’에서는 매일 똑같이 외친다.     


“글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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