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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 테일러 핵포드

Ray (2004)

by 인문학애호가

2004년에 발표된 "레이 (Ray)"는 위대한 흑인 뮤지션 "레이 찰스 (Ray Charles Robinson)"의 일대기를 영화화 한 것입니다. 감독은 거장 "테일러 핵포드" 입니다. 히트작이 워낙 즐비한 감독이라 큰 기대를 불러 일으켰고, 감독의 인생의 걸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공은 전부 주인공 "레이"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에 있습니다. 아마 "레이 찰스" 본인이 보았어도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하필이면 "레이 찰스"가 사망한 200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의 노미네이션과 더불어 결국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가 정말로 제대로 만든 영화인 이유는 관객이 이런 음악 영화에서 가장 보고싶어하는 것, 즉 맹인이므로 앞이 보이지 않는 "레이 찰스"가 몸을 좌우로 흔들며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거기에 자신의 베스트를 노래하는 장면을 다수 삽입한 것입니다. 그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애틀랜틱 레코드의 프로듀서인 "아멧 어티건(Ahmet Ergegun)"의 노래에 맞춰 시작되는 "Mess Around",

- R&B 와 가스펠을 혼합했다고 가스펠 가수인 아내에게 한 소리 들을 때 나오는 "I got a woman",

-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공연시간이 20분 더 남았다고 하자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빅히트작 "What'd I say",

- 소속사를 ABC파라마운트로 옮겨, 보다 자유롭게 레코딩을 하게 되었을 때 나오는 명곡 "Georgia on my mind",

- 한 때 백보컬의 한 명으로 연인이었던 "마지 헨드릭스"가 떠나겠다고 할 때 피아노 반주로 노래하는 그 유명한 "Hit the road, Jack",

- 컨츄리송을 불러 보겠다면서 부르는 또 그 유명한 "I can't stop loving you".


이런 메가히트곡들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노래듣는 것만으로도 관객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영화 입니다. 물론 이런 히트곡들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 영화에는 마약에 중독되어 수시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장면, 아내와 어린 아이를 두고도 백보컬 가수들과 수시로 바람이 나서 관계를 맺는 장면, 출세를 위해서 과감히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장면, 마약치료를 위하여 병원에 입원해서 생사를 드나들던 장면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이 영화가 얼마나 "레이 찰스"를 솔직하게 조명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거기에 당시에 극심했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장면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사고로 어린시절에 요절한 그의 남동생이 평생 그에게 강박으로 작용하는 것과, 눈이 조금씩 안보이게 되고 결국 실명까지 도달할 때, 그의 어머니가 절망에 빠질수 있는 "레이"에게 실명한 상태에서도 기죽지말고 성공해야 한다고 하면서 지혜롭게 난관을 같이 헤쳐나가는 장면 입니다. 실로 감동적입니다.


이 영화는 말이 필요없는 걸작입니다. 특히 "제이미 폭스"같은 명배우가 뛰어난 감독과 만들어낸 놀라운 앙상블의 결과물 입니다. 뮤지션의 일대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은 이렇게 흥미진진 합니다. 특히 그 뮤지션의 대표적인 곡들이 어떤 난관을 극복하고 대중에게 발표되었는지를 보는 것은 큰 감동을 줍니다. 금년도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작에도 "밥 딜런"의 일대기를 영화로 옮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이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티머시 샬라메"가 과연 얼마나 "밥 딜런"에 가까울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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