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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 vs 케이팝 데몬 헌터스

Elio (2025)

by 인문학애호가


IMDB에서 이 두 최신 애니메이션의 제작비와 글로벌 박스오피스 실적을 보면 놀라게 됩니다. 우선 디즈니-픽사에서 만든 "엘리오"는 150,000,000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글로벌 수익이 150,664,543 입니다. 무려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완전히 망했습니다. 반면에 소니에서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제작비가 대략 100,000,000 달러 (구글 기준)이고 이미 제작비의 5배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아직도 넷플릭스에서 벌어들이고 있고, 미국 극장에는 싱어롱 버전마저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그 위대한 "토이 스토리"를 만든 픽사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혹자들은 디즈니 때문이라고 하고, 어느정도 틀린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줄거리나 내용이 원래 픽사라면 만들지 않았을 것도 아닙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영화의 관객의 감성을 쥐고 흔드는데 있어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항상 추구했던 스튜디오입니다. "엘리오"도 줄거리를 보면 역시 무난한 스토리텔링과 강력한 애니메이션 기술이 녹아 있습니다. 즉, 기술적으로는 픽사의 전작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애니메이션 입니다.


"엘리오"는 부모를 잃고, 나사에서 근무하는 고모와 같이 살고 있는 소년 입니다. 특히 고모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주에 관심이 매우 많고, "정말 우주에는 우리뿐일까?"라는 질문의 답을 꼭 알고 싶어하는 천문학도 입니다. 이런 취미를 가진 아이는 대체로 친구가 없습니다. "엘리오"도 친구가 거의 없고 혼자서 이 장비 저 장비 동원하여 주구장창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고모는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엘리오"가 골치덩어리 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우주에서 신호가 오고, 갑자기 우주선이 날아와 "엘리오"를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커뮤니버스"라는 단체에서 지구를 대표하는 "대사"로 받아들여질 상황에 도달하는데, 같이 자기네도 "대사"로 받아들여 달라면서 "그라이곤"이라는 행성의 폭력적인 왕이 부하들을 데리고 "커뮤니버스"로 와서 협박을 합니다. 그리고 "엘리오"가 이 문제를 해결하면 공식 "대사"의 자리를 부여받게 됩니다. 무슨 재주로? 물론 "엘리오"가 해결하고 "그라이곤"의 왕도 개과천선 합니다. 위의 포스터에서 머리에 무선 송수신헬멧을 쓴 "엘리오"의 옆에 뚱뚱한 "밀 웜" 같이 생긴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맨 위를 보면 눈이 4개인 무섭게 생긴(?) 외계인이 있습니다. 이 외계인이 바로 "그라이곤"의 왕이고, 뚱뚱한 "밀 웜"은 그 왕의 아들 "글로돈"입니다. 생김새가 다른 이유는 "글로돈"이 진짜 몸체이고, 아버지는 거대한 갑옷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글로돈"과 "엘리오"의 신나는 모험이 펼쳐지고, 결국 점령 직전의 "커뮤니버스"를 구해내고, 전쟁광 "그라이곤"의 왕을 정신차리게 하며, 늘 그렇듯이 "엘리오"와 "고모"와의 관계도 매우 좋아지고, "Happily Ever After"로 끝이 납니다.


재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완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입니다. "밀 웜"처럼 생긴 외계인 이라니.. 여전히 기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관객에게 "도덕적인 뭔가"를 깨닫게 하려는 디즈니의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처음으로 봤다면 흥미진진 하겠지만, 이미 지구의 아이들은 그동안 픽사의 애니메이션에서 별 기괴한 형태의 괴물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되었지요. 그리고 "밀 웜"형태의 외계인이 등장하여 친구가 되자고 합니다. 어른인 제가 봐도 지겹습니다. "엘리오"의 최대 패착이자 픽사의 한계는 바로 이 아무런 감흥도 안생기는 "외계인의 디자인"과 또 "가족적인 뭔가"를 강조하려는 그 의도 입니다. 만약 "케데헌"이 없었다면 "엘리오"는 또 그냥저냥 어느 정도 흥행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케데헌"이 나타났습니다. 뭔가를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K-Pop이 가득한 뮤지컬 입니다. 그런데 관객은 이런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겁니다. 우리도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이 기발한 아이디어의 애니메이션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버립니다.


이제 미국의 아이들의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응은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울 겁니다. 더이상 강요된 "가족애"도 없고, 인간과 판이하게 다르게 생긴 "괴물"도 없으며, 부모가 돌아가셔서 홀로된 아이의 성장 드라마도 없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중독성 가득한 노래, 무엇보다도 어디로 튈지 예측 안되는 진짜 현실의 아이들, 추종하고 싶고 현실의 나를 대신할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가 가득한 새로운 애니메이션. 그런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왔습니다. 픽사도 고민일 것이고, 드림웍스도 고민일 것입니다. 앞으로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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