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ch Cassidy & the Sundance Kid (1969)
이 영화는 실화이고,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라는 두 권총강도의 전성기와 몰락, 그리고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름들은 모두 가명압니다. 진짜 이름은 "로버트 르로이 파커"와 "해리 롱바우" 입니다. 여기서 "레드포드"의 이름에 "선댄스"라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미국 독립영화제 이름인 "선댄스 영화제"가 여기서 따온 말 입니다. "레드포드"가 이름 붙이고 시작한 영화제이니 당연합니다. 꽤 친근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 유명한 영화는 무려 1969년도 작품 입니다. 즉, 56년전 작품입니다. 오래된 작품이지요. 컬러이기는 하지만 색감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색감이 좋을 필요도 없습니다. 모래먼지 가득 날리는 일종의 오래된 서부극이기도 하고, 두 주인공이 분량을 거의 동일하게 나누면서 영화 끝까지 같이 가는 대표적인 "버디 무비" 입니다. 최근 작고한 "로버트 레드포드"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폴 뉴먼"이 좀 더 매력적 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레드포드"는 늘 그랬듯이 건조하고 다소 냉철한 역할을 하는 반면 "폴 뉴먼"은 사실상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 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음악입니다. "폴 뉴먼"이 "캐서린 로스"를 처음 출시된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 한바퀴"를 할 때 등장하는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라는 명곡인데, 이 곡의 작곡이 그 유명한 뮤지션인 "버트 바카라 (Burt Bacharach)" 입니다. 이 곡은 영화음악사상 손꼽히는 명곡입니다.
어쨌든 두 주인공이 권총강도이니만큼 일종의 범죄영화인데, 영화는 전혀 범죄영화같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믹하고, 한편으로는 가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인생의 허무함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주인공이 시종일관 강도행각을 벌이기는 하지만, 그런 행동이 범죄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이 할 줄 아는게 그것 뿐인 것이고, 결국은 총으로 흥했으니 총으로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고 비장미는 조금도 없습니다.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자 포스터가 된 마지막 장면 조차도 이제 이 둘이 수십명의 군인에 의하여 총알받이가 되어 세상을 뜰 것인데도 비장미라기 보다는 세상에 또다시 뛰어드는 느낌을 줍니다. 권총강도의 인생을 가장 낭만적으로 그린 영화, 이것이 이 영화의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이듬해 1970년에 아카데미 각본상과 촬영상을 수상합니다. 각본상을 받을 정도로 대본이 매우 빼어납니다. 대본이 캐릭터를 정확히 설정하고 있고, 두 배우가 찰떡같이 자기것으로 만듭니다.
영화는 실제로 당시에 있었던 열차강도 사건등을 흑백으로 조명하면서 시작하고, 이어 삽입된 필름과 같은 톤으로 은행을 털려는 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 중 "부치"가 카드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부치"는 머리가 매우 명석하지만 약골이고, 그 아쉬움을 최고의 총잡이인 "선댄스"가 대신합니다. 한 마디로 이 둘은 "환상의 복식조" 입니다. 카드게임이 끝나면 드디어 컬러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삽입된 필름"에서 보여주었던 열차강도를 팀원과 계획중입니다. 이들이 털려는 기차는 "유니온 퍼시픽 플라이어"로서 재벌인 "유니온 퍼시픽"사에서 서부에 깔아놓은 레일위를 달립니다. 기차에는 "유니온 퍼시픽"사 사장의 현금이 가득 들어있고, "부치"와 "선댄스"는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하여 수시로 이 열차를 털고 있습니다. 열차를 턴 후에, 둘은 늘 그랬듯이 마을로 들어가서 한 잔 걸치고, "선댄스"는 애인인 "에타 (캐서린 로스)"를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동일한 기차를 털게 되면 당하는 쪽에서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유니온 퍼시픽"에서는 당대 최고의 실력파 "보안관"들을 동원하여 이 둘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턱밑까지 쫒기다가 벼랑에서 강물로 뛰어들어 가까스로 상황을 모면합니다. 이제 열차털이는 더이상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에타"를 포함한 셋은 남미의 "볼리비아"로 피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볼리비아"는 한마디로 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렇지만 둘은 이 황량한 곳에서도 "은행"을 찾아내고, 이 은행 저 은행을 수시로 털러 다닙니다. 그러나 미국만큼 동네가 크지 않습니다. 바로 경찰에게 쫒기기 시작합니다. 경찰을 피해서 잠시 일자리를 얻지만, 볼리비아 산적과 마주하게 되고, "선댄스"의 기막힌 솜씨로 일망타진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 둘은 볼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수배범이 되었습니다. 결국 "에타"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둘은 시장바닥에서 식사를 하려고 하다가 근처에 있던 경찰에게 발각되어 총격전이 벌어지고, 시장바닥의 허름한 창고로 숨습니다. 그렇지만 곧 경찰이 군대를 동원합니다. 이제 이 창고 입구를 수십대의 총구가 겨누고 있고, 둘은 이미 복부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절망적인 상태입니다. 정말 절망적일까요? 둘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리고 늘 하던대로 양손에 총을 쥐고 거침없이 바깥으로 또다시 뛰쳐나갑니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매력적인 배우이며, 또 보고 싶은 매력만점의 영화입니다. 원제가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인데 이것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아마도 흥행에서 완전히 망했을 것입니다. 이 유명한 권총강도를 미국인은 알겠지만 우리가 알게 뭐겠습니다. 그래서 "내일을 향해 쏴라"는 작품의 핵심을 드러내는 둘도 없이 훌륭한 제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