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ENDIES (2010)
이 영화는 "듄1, 듄2,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시카리오" 등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에 버금가는 거장으로 평가되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2010년에 만든 캐나다 영화 입니다. 원작은 레바논 출신 "와이디 무아와드"라는 작가의 "화염 (INCENDIES)"이라는 희곡이고,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인 무슬림 사이의 내란에서 한 여인이 겪는 지극히 험난한 인생을 조명한 것인데, 놀랍게도 "드니 빌뇌브"감독의 모든 작품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줄거리를 가진 작품입니다.
영화의 말미에 이르게 되면 믿어지지 않는 반전으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가 되는데요, 동시에 어떻게 지구상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도대체 종교란 무엇이길래 이렇게 서로 죽고 죽이는 학살의 원인을 제공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어머니라는 존재는 얼마나 더 대단할 수 있는가 하는 경외심 마저 들게 합니다. 이런 내용의 영화는 연출의 호흡조절과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중요한데, 등장하는 배우 모두가 마치 진짜 실존인물 느낌을 줄 정도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어머니 역의 주인공 "루브나 아자발"은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내는 한 인간의 깊이 있는 내면을 잘 표현하고 있고, 감독은 시작부터 차분히 한단계 한단게 밟아가면서 잠시도 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여기 한 여인이 있습니다. 이름은 "나왈 마르완". 쌍둥이로 태어난 아들 "시몬"과 딸 "잔"에게 공증인을 통하여 유언을 남기고 몇 가지 유품을 전달합니다. 그 유품 중에는 두 통의 편지가 있는데 한 통은 쌍둥이의 아버지에게, 다른 한 통은 쌍둥이 보다 먼저 태어난 맏아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합니다. 이 임무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자신을 엎어진채로 나체로 묻어주고, 임무가 완료되면 제대로 장례를 치뤄달라고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뜹니다.
이제 딸 "잔"은 추적을 통하여 어머니의 과거로 갑니다. "나왈 마르완"은 레바논의 남부에 사는 기독교 신자이지만, 안타깝게도 앙숙인 이슬람의 청년과 연애를 하였고, 결국 임신을 합니다. 집에서 당연히 버림받게 되고, 둘은 어쩔수 없이 도망을 택합니다만, 오빠에게 들켜 그자리에서 남편이 총살되고 "나왈" 역시 총살의 협박을 받다가, 할머니에 의하여 구출되고, 얼마 후 아이를 낳게 됩니다. 그러나 이슬람의 씨앗이므로 결국 고아원으로 강제 입양이 되고 (이 때 할머니가 아기의 발 뒤꿈치에 점 3개를 표식으로 찍어 둡니다), "나왈"은 집을 나와 대학에 들어 갑니다.
그러나 무슬림과 기독교도 사이에 교전이 시작되고, 남부의 기독교 마을이 공격을 받고, 동시에 고아원도 공격을 받게 됩니다. "나왈"은 자신의 아들이 고아원에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남부로 들어가고, 그 와중에 기독교 민병대는 "나왈"이 타고 가는 무슬림의 버스에 총격을 가하고 불을 질러 기독교 십자가를 보여준 "나왈"을 제외하고 몰살시킵니다. 가까스로 고아원 자리에 온 "나왈"은 불타버린 자리를 보고 망연자실합니다.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한 "나왈"은 기독교 민족주의자에 대한 증오로 "삼세딘"이라는 무슬림이 이끄는 이슬람 과격단체에 가입하고, 기독교 민병대의 리더의 집에 프랑스어 과외 선생으로 들어 갔다가, 리더를 살해하고 "크파르 리얏"이라는 감옥에 갖히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무려 15년동안 갖혀 지내며 온갖 고초와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두려움을 잊으려고 감옥에서 항상 노래를 불러 "노래하는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나왈"에게 "아부 타렉"이라는 이름의 고문 전문가가 방문하고, 그에게 모진 고문과 지속적인 강간을 당하다가 결국 고문이 끝나고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아이는 "쌍둥이" 였고, 감옥에 들어온 간호사가 아이를 맡아 기릅니다.
세월이 지나 결국 "나왈"이 풀려나고 간호사는 "시몬"과 "잔"을 "나왈"에게 인도하고 같이 살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쌍둥이가 성인이 되었을 무렵 "나왈"은 "잔"과 수영장에 갔다가 우연히 발 뒤꿈치에 점 3개가 찍힌 덩치 큰 사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내를 지나치면서 얼굴을 확인하고, 그 사내가 바로 자기를 강간한 "아부 타렉"임을 확인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아부 타렉"은 바로 자신의 맏아들이자, 자신의 쌍둥이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부 타렉"은 고아원이 파괴되기 전에 "삼세딘"이 구출하여 이슬람 전사로 키워졌고, 후에 기독교 민병대에 붙잡혔을 때도 그 전투능력을 인정받아 죽이지 않고 고문 기술자로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확인한 쌍둥이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결국 두 통의 편지의 수신자는 한 명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먼저 알게된 "시몬"은 호텔방 침대에서 "잔"에게 1 + 1 = 2가 맞지? 1 + 1 = 1 이 될 수 없지 하면서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의미를 깨달은 "잔"도 경악을 하여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이와 같이 엄청난 비극의 한 가운데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음에도 "나왈"은 결코 자신의 맏아들을 원망하지 않고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아부 타렉"은 자신이 강간한 여인의 묘지를 찾아 깊은 후회의 눈물을 훌리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